이랜드 점거농성 강제 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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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이랜드 계열 대형마트의 점거농성이 20일 오전 공권력 투입으로 일단락됐다. 노조원들이 20일간 점거했던 홈에버 월드컵몰점 앞에 집회시위용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사진=박종근 기자]

비정규직 해고에 항의해 장기간 매장 점거 농성을 벌여 온 이랜드 계열 노조원들이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서울경찰청은 20일 오전 9시35분 서울 잠원동 뉴코아 강남점과 성산동 홈에버 월드컵몰점에 71개 중대 7000여 명을 투입해 노조원 168명을 연행했다. 이들은 비정규직 일부를 용역화(뉴코아)하고 비정규직을 선별적으로 직무급제 정규직으로 전환(홈에버)하겠다는 사용자 측의 방침에 맞서 각각 13일, 20일 점거 농성을 해 왔다. 이랜드 노사는 10일 정부 중재로 대표급 협상을 시작한 이래 19일 새벽까지 협상을 벌였지만 조합원 고소.고발 취하와 해고 직원 복귀 등 일부 사안에서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대부분 여성인 노조원들은 경찰이 농성장에 들어오자 서로 팔짱을 끼고 드러누워 저항했지만 너덧 명의 여경들이 한 명씩 끌고 나가 한 시간 만에 전원 연행됐다. 홈에버 월드컵몰점에선 전날 밤부터 문화제 행사를 연 민주노동당의 권영길.노회찬.심상정.천영세 의원과 200여 명의 민주노총 조합원 및 농성자 가족이 진압 경찰에 거세게 항의했다. 뉴코아 강남점에선 조합원들이 쇼핑 카트로 현관을 봉쇄했지만 경찰이 장애물을 거두고 유리창을 망치로 깬 뒤 매장에 진입했다.

농성 진압에도 불구하고 이랜드 노사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공권력 투입은 용납할 수 없다"며 "조합원 7000여 명을 동원해 21일 오전 10시부터 전국 이랜드 계열 60여 곳 매장 앞에서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랜드 측은 "영업 중단으로 피해를 보는 곳은 이랜드뿐만 아니라 매장 내 입점주와 납품 업체"라며 "새로 구성되는 노조 집행부와 대화해 사태를 빨리 마무리 짓고 싶다"고 밝혔다.

박유미.장주영 기자<yumip@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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