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대작 7월에 첫선|7년 기획·27권 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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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길사가 7년 동안 준비해온 역사책『한국사』가 오는 7월 서점에서 선보이게 된다. 『한국사』는 준비과정에서 분량의 방대함과 새로운 역사서술 방식 등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모두 27권으로 구성될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민족사의 전개과정을 자주적인 입장에서 기술하려고 노력했으며 그동안의 정치사 중심에서 탈피, 사회·경제·사상사 등을 중심으로 풀어나갔다는 점이다. 즉 민중생활사·민중운동사 등 역사의 주체를 민으로 파악, 역사전개과정에서 민의 생활·사고 등에 따라 정치가 결정됐다고 보는 시각에서 집필됐다. 또 북한의 역사도 우리 민족사에 과감히 편입시켰으며 80년대 말까지의 현대사도 적극 수용했다.
출판사측이 총 원고 5만5천장, 연 집필인원 1백70여명 등 각종 기록을 보유하게 될 이책의 편집에 착수한 것은 지난 86년. 당시의 편집동기에 대해 김언호사장은『자기나라 역사를 제대로 정리하는 일이 출판인의 가장 큰 임무라고 생각했다』며 『역사서적을 많이 출판했던 경험이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이해 가을 편집 위원들을 구성, 모임을 갖고 작업의 당위성을 확인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이어 87년에는 젊은 학자들을 중심으로 기획위원회를 구성, 기초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당시 쏟아져 나온 북한의 역사책 등을 접하고 처음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북한의 역사도 포괄해야 한다는 궤도수정이 있었다.
88년 봄에는 1백70여명의 필자가 확정되고 원고청탁에 들어갔다. 필자들은 원시사회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모두 13개팀으로 구성돼 분야별로 논점 정리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책임편집 위원으로는 최광식(효성여대)·김영하(성대)·박종기(국민대)·김태영(경희대)·정 석종(영남대)·정창렬(한양대)·안병직(서울대)·강만길(고대)·최장집(고대)·박현채(조선대)·김남식(북한문제전문가)·조광(고대)교수 등이 참여했으며 연표 정리팀도 따로 두었다. 분야별로 책임편집위원 아래 10∼15명의 집필위원들을 구성하고 10여차례 이상의 세미나를 거쳐 서술방향을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역사학계에에서 이루어 졌던 연구성과를 모두 수용하는 대대적인 작업이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80년대에 들어와 연구가 시작된 고려시대 향도공동체 등 새로운 분야를 서술에 포함시켰으며 한쪽 부분만이 다루어졌던 민족해방 운동사에서도 당시 운동·투쟁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에 대한 평가를 그동안 이루어진 연구성과를 토대로 적극 수렴했다.
「민족해방 운동의 전개」편 책임 편집위원을 맡았던 강만길교수(고려대)는『80년대 예 들어 근·현대연구가 젊은 학자들에 의해 많이 이루어졌는데 그 성과를 수용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해방이후 남북한의 역사를 하나로 묶지 못하고 따로 기술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역시 분량이 방대해 원고 청탁·수집에 차질이 많았다는 것. 그 때문에 출간이 계획보다 1년반이나 늦어지게 됐다.
『한국사』는 역사학의 대중화를 위해 저자들이 직접 취입한 24장의 CD강연집도 만들었다. 판매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60만원선이 될 것으로 한길사측은 밝혔다.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한길사는 한국사 대학강좌를 개설, 시민들을 상대로 필자가 직접 강의토록 할 예정이며 기념행사로 국내외의 역사현장을 찾아가는 역사기행과 세미나도 마련할 계획이다. <김상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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