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컥수 탈출"연승가도" 유창혁5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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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연승행진을 거듭하는 유창혁5단이 바둑계를 바싹 긴장시키고 있다.
유5단은 올해 들어 l3전13승에 승률 1백%. 1월5일 첫 대국에서 최규병5단을 불계로 이겨 시동을 걸더니 3월30일 양재호8단을 꺾어 현재까지 단 한판도지지 않고 있다.
기록만을 따지면 13연승은 별것 아니다. 이창호6단이 90년에 세운「41연승」이란 세계기록이 있고 임맹근7단의 25연승도 있다. 그러나「유창혁」의 13연승은 의미가 전혀 다르다.
유5단은「세계최고의 공격수」「바둑의 질만을 따질 때 최상품」이란 찬사를 받으면서도 빈번한 덜컥수와 실족으로 허망하게 무너지곤 했다. 조훈현9단, 이창호6단, 서봉수9단 등 정상들에겐 어느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는 승률을 보이면서도 무명기사들에게 빈번치 덜미가 잡혀 타이틀은「왕위」단 1개밖에 따내지 못했고 지난해 승률은 고작 57.3%에 그쳤다. 그래서 유5단에겐『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유창혁』『승부에 약하고 끈기가 부족한 유창혁』이란 부정적 평가가 뒤따라 다녔다.
그 유5단이 올해 상대의 강약을 가리지 않고 예전에 볼 수 없던 강인한 끈기와 집념을 보이며 승승장구하자 바둑계는『드디어 태풍이 임박한 것 같다. 유5단의 현재 상태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올해 바둑계에는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유5단은 이같은 연승을 바탕으로 명인전 4강에 진출했고 기성전·대왕전 등에서도 타이틀 탈환을 향해 순조롭게 약진하고 있다.
그의 최대 난관은 3일 동경에서 열리는 후지쓰배세계대회와 16일 시작되는 왕위전 도전기. 이 두번의 대시합이 유5단이 진짜 변했느냐를 확인하는 고비가 될 것 같다. <박치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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