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온 탈 캔버스의 창시자 프랭크 스텔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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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작품수가 좀 적긴 하지만 최근 10년간 몰두해온 판화·부조회화·조각 등 성격이 서로 다른 작품들을 다양하게 선보이게돼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이 마치 작은 규모의 회고전처럼 느껴집니다』
4월3일∼5월1일 국제화랑에서 열리는 초대전 개막식 참가차 2일 오후 서울에 온「탈 캔버스」의 창시자 프랭크스텔라(57)는『특히 내가 가장 만족하고 있는 모비딕시리즈(조각작품) 를 한국의 미술 애호가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돼 무척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는 2박3일의 짧은 여정에도 불구하고 3일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아카데미에서「회화적 건축」을 주제로 강연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국내 미술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스텔라는 24세라는 약관의 나이에「네모 반듯한 사각형」으로 인식돼 오던 캔버스의 고정틀을 깨트리고 여러 기하형태의 틀을 갖는 이른바「쉐이프트 캔버스」(Shaped canvas) 작업을 미술사상, 처음으로 제시, 일찍이 천재성을 보인 바 있는 미국태생의 작가.
70년대에는 전통적 회화재료인 캔버스 대신 알루미늄판 조각들을 조립하여 캔버스처럼 사용한 부조형태의 회화를 발표, 세계화단에 또 한번의 충격을 던져주었다.
『종래의 작업에서 나아가 좀더 강력한 이미지를 추구해 나갈 수는 없을까 고민하던 끝에캔버스의 가장자리를 변모시키는데 생각이 미치게 됐고 이렇게 해서 나온 쉐이프트 캔버스작업이 결국 나의 능력을 발휘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입니다.』
그는「회화=평면」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린 부조회화는 이같은 시도의 연장이며, 작품을 하는 과정에서 버려진 조각들을 이용한 근래의 조각 작품들도 이같은 과정에서 일어난 자연스런 변화라고 설명했다.
지금도 여행이 아니면 작업실에 매달려 지낸다는 이 거장은 그러나『예술을 한다는 것은 너무 어렵다』고 실토했다. 그는『거창한 이념보다 작업하는 자체에 의미를 두고 생각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뿐』이라면서『결과로서 주어지는 평가는 후대가 내리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밝게 웃어 보였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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