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감독 20년의 "맹렬여성"|서울시종합건설본부 홍일점 김분란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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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나이 50을 바라보는 여성공무원이 20여년 동안 살벌한(?) 공사현장을 누비며 남자들도 힘겨운 현장감독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서울시 종합건설본부 건축1과 김분난과장(48·건축사).
서울시 기술직 사무관중 홍일점인 김과장은 71년 영남대 건축학과를 졸업, 7급 특채시험을 거쳐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후 20여년 동안 작업복 차림에 헬밋을 쓰고 공사현장 곳곳을 체크해 온 억척여성 공무원이다.
그래서 시공회사 간부들은 김과장을「서울시 김바지「남자속의 여자」라고 부른다.
주감독분야는 후생복지시설들.
구로여성복지관·목동아파트단지내 청소년회관·지하철2호선 군자차량기지 역무원 후생관·시립 보라매병원 등 서울시가 건설한 대표적인 복지시설 대부분이 그녀의 섬세한 손길로 다듬어졌다.
가장 보람을 느끼는 일은 목동아파트단지 건설. 『건축학도의 입장에서 1백43만평의 넓은 대지에 이상적인 아파트타운을 지어보라는 것이 웃분들의 주문이었지요. 주택을 최대한 많이 지어 개발이익을 남길 수도 있었지만 휴식공간을 충분히 확보,「사람 냄새나는 동네」를 만들려고 애를 썼지요.』
김과장은 집중 호우가 쏟아져 안양천이 범람하는 바람에 아파트단지가 물에 잠겼던 86년 여름 며칠씩 뜬눈으로 현장에서 밤을 새우며 수해복구 작업을 벌였던 일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심혈을 기울여 건설한 목동청소년회관은 독서실 위주인 다른 회관들과 달리 연극공연을 위한 회전무대가 설치된 소극장 및 체육관·수영장 등을 갖추고 있는데다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춤출 수 있는 디스코 무대도 마련돼 있어 호평받고 있다.
현재 맡고있는 일은 서울시가 국내 최초로 추진하는 중계동 중풍치매노인치료 전문요양원 건설사업.
노인들이 편하게 왔다갔다 할 수 있도록 문은 커튼식으로 만들고 전관 냉·난방 장치를 도입, 방·복도의 온도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며 강제 환기장치를 사용해 노인특유의 냄새도 없애고 자동 목욕시설도 설치해「노인들의 천국」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김과장은 대학 동기동창인 남편 송영숭씨(49·건설부 토목사무관), 두딸과 함께 자신이 감독한 목동아파트에서 살고있다.
『하루종일 현장을 뛰는 날이면 온몸은 파김치가 되고…. 그래서 아내노릇, 엄마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해 남편과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느낄 때가 한두번이 아니지요』 김과장은 그러나 『부실공사를 했을 경우 청주시 우암상가아파트와 같은 참사가 따르고 시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수백억원의 예산이 낭비된다는 생각 때문에 현장을 누비며 부실여부를 체크하는 일을 한시라도 게을리 할 수 없다』고 했다. <정형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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