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노인맥」 배제 “끝내기”/특전·수방사령관 전격 경질 안팎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청와대 “새정부 출범따른 당연한 인사조치”/「번개작전 2탄」에 일부 고위장교들 불만도
2일 수도권 핵심부대인 수방사와 특전사령관 등에 대한 전격경질이 또한번 군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달 8일 김진영 전 육참총장과 서완수 전 기무사령관 등이 전격 해임됐을 때는 시기상의 의외성에 모두 당황했었고 이번에는 그 방법에 다시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오전 11시30분쯤 기자들로부터 확인요청을 받은 박재욱대변인도 『금시초문』이라며 브리핑을 중단한채 황급히 장관실로 달려갔고 이어 10분도 채못돼 상기된 모습으로 다시 기자실에 돌아왔다.
그 무렵 권영해국방부장관은 청사 2층 정책회의실에서 각군 참모총장과 합참의장,기무사를 비롯한 직할부대장 등 3성이상 주요 지휘관 20여명을 참석시킨 가운데 「신한국창조를 위한 군개혁 5대 과제」를 주제로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었다. 11시10분쯤 약 한시간정도 회의를 마친 권 장관은 그때서야 비로소 이들 두 장군의 보직해임 사실을 털어놓았고 이를 전해들은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놀라운 빛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수도권 부대 주요지휘관에 대한 인사는 지난 3·8인사파동 당시 이미 예고된 것으로 그 시기는 6월 정기인사 이전이 될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정기인사를 두달이나 앞당겨 사실상 뒤통수를 치는 식의 인사를 단행한데 대해 국방부·합참을 비롯한 군 지도부는 당황하다 못해 내심 불쾌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대다수 군내 온건파 고급간부들은 『아무리 군 최고통수권자로서의 고유권한이라고 하지만 특별한 위기상황도 아닌 이때 굳이 이처럼 기습적인 인사조치를 취했어야 옳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새로 임명된 도일규수방사령관과 장창규특전사령관이 각각 군내에서는 한직으로 여겨지고 있는 한미연합사 부참모장과 육군본부 동원참모부장에서 전격 발탁된 비하나회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그동안 요직을 독점하다시피해온 군내 하나회 인맥의 배제를 보다 가시화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통상 2년인 임기를 9개월여 남기고 보직 해임된 안병호 전 수방사령관(육사 20기)의 경우 하나회의 핵심인물로 특히 YS가 후계자로 내정됐을때 강한 불만을 나타낸 군내 반YS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김형선 전 특전사령관(육사 19기)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군 친위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9·9인맥」으로 통해왔다.
새로 특전사령관에 임명된 장창규중장은 육사21기에 대전고 출신으로 전임 김형선중장(육사19기·김천고)과 함께 초급 장교시절부터 특전사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특전사 맨이다.
또 신임 수방사령관 도일규중장(육사20기)은 경기고를 나와 12사단장과 한미연합사작전차장·부참모장 등을 거쳐 지난 연말 인사에서 군단장 진출이 유력시 됐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 인사조치는 전격이라고 보기보다 군통수권자가 바뀐데 따른 당연한 조치로 봐야 할 것』이라며 새정부출범에 따른 「당연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김준범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