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경제제재 효력미지수/「유엔조치」 효과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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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식 자립체제구축… 주민들 내핍생활에 익숙/친북 중동국서 원유 공급땐 오래 버틸듯/나진항 사용권 얻은 중국도 소극적 태도
북한 핵문제가 끝내 유엔안보리에 넘어감에 따라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경제봉쇄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에 따라 통일원 등 관계당국은 대북 경제봉쇄조치가 내려질 경우 북한경제에 미치는 효과와 북한의 대응방향 등을 점치느라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북 경제봉쇄조치는 외교문제와 맞물려 있는데다 북한경제의 현주소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는 터여서 이 조치가 가져올 파장을 저울질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과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북한과 주변국가들과의 관계,북한의 자립경제체제 등으로 미루어 대북한 경제봉쇄조치는 제한적인 효과를 거두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북한 연구센터의 전홍택박사는 『경제봉쇄 조치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해상봉쇄가 필요한데 과연 유엔이 이같은 조치를 취할는지 의문이고,과거 유고·이란 등에 대한 경제봉쇄조치에서 보듯 성과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전 박사는 『만약 북한에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움을 주면 북한이 남한에 달려들 수도 있기 때문에 결국 경제봉쇄조치만으로는 북한 핵문제를 푸는 결정적인 카드는 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제봉쇄조치와 관련해 가장 주목을 끄는 대목은 중국의 참여 여부다. 이와 관련,국내 전문가들은 상반된 견해를 보이긴 하지만 중국이 불참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듯 싶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과거 40여년동안 염원해 왔던 나진항 사용권을 얻어낸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이 이처럼 큰 양보를 받아내고서 경제봉쇄조치에 참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중국 스스로도 핵문제는 남북한 당사자간의 해결을 전제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조치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게다가 대북경제봉쇄조치에는 중국 이외의 나라들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우선 중동국가의 움직임이다.
최근 북한 핵문제에 대한 유엔안보리 상정과 관련한 표결에서 리비아는 반대를 하고 시리아는 기권을 했다.
이들 국가들은 산유국인데다 북한과 무기판매면에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들이다.
만약 이들이 대북 경제봉쇄조치에도 불구,북한이 절대 부족상태에 있는 원유를 계속 공급해 준다면 북한은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또 러시아도 북한 핵문제에 관한한 전반적으로 미국·일본 등과 보조를 맞추고 있긴 하지만 독립국가연합(CIS)의 개별국가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독립국가연합의 몇몇 나라들과 경제협력체제를 긴밀히 해오고 있어 이들은 북한이 궁지에 몰릴 경우 도와줄 공산이 없지 않다.
그렇다면 전면적인 대북한 경제봉쇄조치가 내려지면 북한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중국의 동참여부가 결정적인 변수가 되겠지만 북한은 상당히 오랫동안 버틸 수 있다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 주민들은 내핍생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경제봉쇄조치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되더라도 절박하다는 느낌을 덜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중국이 소문대로 북한에 식량과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주기로 약속했다면 북한은 예상되는 경제봉쇄조치에도 불구,NPT탈퇴를 강행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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