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노랫말 가요앨범 "선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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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시운동」동인 출신의 시인 이문재와 신인 싱어송라이터 권오준이 합작앨범을 만들었다.
대중음악에서의 시적 언어 실현을 추구하는 이들의 노래는 음악 자체보다 가사의 아름다움에 더 치중하는 우리 가요팬들의 습성을 겨냥하고 있다.
타이틀곡 『바람은 나를 깃발로 만들고』라는 긴 제목의 노랫말은 콧노래나 잡담의 배경음악으로 남기를 거부하고 생각하게 하는 언어들이다.
『상한 몸 이렇게 산에 기대면 산은 커지고/산 그림자 내려와 어둔 마음 덮어 주는데/우리들 걸어온 길 저기서 지워지고/나에게서 시작하는 이 새길…』
이문재 시인은『현재 우리 가요의 풍토는 사랑과 이별이라는 도식적 주제에 길들여져 있다』며『노랫말에 건강함을 부여하기 위해 서정성·현실성이 담긴 가사가 요구된다는 판단 아래 이 노랫말들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이문재의 시를 받아 6개월 동안 컴퓨터와 씨름하며 작·편곡과 노래를 한 권오준은 복잡하고 강렬한 리듬에 의해 노랫말이 훼손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매우 절제된 음악을 구사하고 있다. <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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