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저가항공 문제 많다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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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캄보디아 PMT항공이 기술자가 아닌 기장이 이륙 전 정비상태를 점검하는 등 안전관리를 허술하게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항공사의 비행기는 지난달 25일 캄보디아에서 추락, 13명의 한국인이 희생됐다.

건설교통부 항공안전본부는 19일 국내 취항 7개 외국 항공사에 대한 특별 안전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점검 대상 항공사는 PMT항공과 가루다항공(인도네시아), 이란항공, 러시아 사할린 항공, 블리디보스토크항공, 달라비아항공(러시아), 로열크메르항공(캄보디아)이다. 최근 인명사고가 났거나 고장으로 인한 지연.결항률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온 곳이다. 점검은 국내 공항에 착륙한 해당 항공사의 항공기와 지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점검 결과 7개 항공사에서 모두 37건의 안전소홀 사항이 지적됐다. 이 중 PMT항공이 10건으로 가장 많았다. PMT항공은 특히 최근 3개월간 26차례나 이륙 전 정비를 기장이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건교부 관계자는 "PMT항공 측이 '정비사를 매번 비행기에 태워오는데 좌석 여유가 없을 때는 못 데려오기도 한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PMT항공은 또 타이어나 시동기 같은 예비 부품을 기내나 도착지에 보관해야 하지만 이 또한 갖추지 않았다. 노선지침서도 항상 최신판을 보유해야 하나 그렇지 않아 잘못된 정보로 운항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PMT항공은 인천~시엠리아프, 부산~시엠리아프를 각각 주 4회와 주 2회 운항하고 있다.

러시아의 사할린항공은 여객기 앞 바퀴 연결호스 중 길이가 짧은 비규격품을 사용하다 적발됐다. 규격이 맞지않는 부품 중 일부는 기체와 닿아 운항 중 고장을 일으킬 우려도 제기됐다. 사할린항공의 고장으로 인한 지연.결항률은 3.47%로 전체 평균(0.45%)의 8배 가까이 된다. 사할린항공은 또 화재 위험이 있는 위험물질은 별도로 관리해야 함에도 엔진오일을 기내 주방에 보관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가루다항공은 국내 공항지점에 비상사태 발생 시 대응절차를 비치하지 않았다. 승무원의 휴대수하물을 고정시키지 않은 채 조종석에 보관, 기체 요동 시 비행에 방해될 우려도 제기됐다.

로열크메르항공은 정비위탁 업체에 항공기 특성과 정비 방식을 교육해야 하지만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기내 비상탈출구 안내등 5개가 연이어 고장난 것도 지적됐다.

달라비아항공은 승객용 구명복 일부가 손상돼 비상 시 정상 기능을 하기 힘들고, 이란항공은 기내 비상용 산소통의 분출구에 압력 표시가 없어 적절한 사용이 어려웠다.

건교부는 점검 결과를 해당 항공사에 통보하고 항공기 소속 국가에는 감독 강화를 요구할 계획이다. 정상호 항공안전본부장은 "해당 국가와 항공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항공협정에 따라 운항 중지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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