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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와 객석] 카르멘, 그녀의 유혹은 계속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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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씨는 오페라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지휘자다. 1986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시몬 보카네그라'로, 97년 '오셀로'로 런던 코벤트가든 오페라에 각각 데뷔했다.

89~94년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의 음악감독으로 있으면서 베를리오즈의 '트로이인', 쇼스타코비치의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등 화제작을 상연했다.

그가 스승처럼 모시는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의 영향을 받아 '돈 카를로' 등 베르디 오페라에 정통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KBS 교향악단 음악감독 취임 직후 국내에서 '오텔로'의 콘서트 오페라를 시도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정씨가 오는 9월 7~9일 3일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비제의 '카르멘'을 지휘한다.

국립오페라단과 일본오페라진흥회(후지와라 오페라단), 프랑스 오랑주 페스티벌 등 한.불.일 합작의 제작비 30억원 규모의 오페라다. 정씨가 94년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를 이끌고 내한, 예술의전당에서 R 슈트라우스의 '살로메'를 지휘한 지 꼭 10년 만의 일이다.

이번 공연은 오는 5월 15~19일 잠실주경기장에서 펼쳐지는 테너 호세 쿠라 주연의 오페라 '카르멘'과 더불어 올해 오페라계에 '카르멘' 열풍을 몰고올 전망이다. 잠실 '카르멘'은 높이 20m, 폭 1백m 크기의 대형 스크린에다 플라멩코 춤과 실제 투우 장면이 연출되는 것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9월 공연에서는 정명훈 지휘의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고 제롬 사바리(파리 오페라 코미크 극장 예술감독)가 연출, 미셸 뒤사라.알랭 푸아송이 각각 의상.조명 디자이너로 참여한다.

또 카르멘 역에는 메조 소프라노 베아트리스 우리아 몬존, 미호코 후지무라, 돈 호세 역에는 테너 빈첸초 라 스콜라.정의근, 미카엘라 역에는 노라 안젤렘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도쿄.서울 공연에서는 국립오페라합창단과 일본 후지와라 오페라합창단에서 40명씩 총 80명의 단원이 합창을 함께 맡게 된다.

이번 '카르멘' 공연은 프랑스에서는 7월 31일과 8월 3, 7일 오랑주 페스티벌 기간에 오랑주 로망극장에서 상연되는 작품의 아시아 순회공연이다. 9월 18~20일엔 도쿄 문화회관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프랑스 공연에서는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가 돈 호세 역에 캐스팅됐으나 한국.일본 공연에서는 출연하지 않는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 오랑주 페스티벌은

1860년부터 시작된 오랑주 페스티벌은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제다. 로망극장은 고대 로마시대에 건축된 반원형의 노천 무대로 9천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다. 로마시대의 야외 극장 가운데 지금도 사용 중인 유일한 무대다.

길이 1백3m, 높이 37m, 두께 1.8m로 된 성벽 모양의 무대와 경사진 객석 덕분에 마이크 없이도 노래가 잘 들릴 정도로 뛰어난 음향을 자랑한다. 매년 오페라 3편과 콘서트 3회가 열린다.

로마 제국이 멸망한 후 공연장 기능을 상실했고 1562년에는 심지어 전쟁 대피시설로 개조되기도 했으나 관람석을 재건한 1800년대 초부터 옛 모습을 되찾았다. 1869년 메윌의 '요제프'로 첫 오페라 공연이 열렸지만 당시엔 그리스.로마의 비극이 상연되었다. 오랑주 페스티벌이 음악 프로그램 위주로 바뀌게 된 것은 1971년부터다. 정명훈씨는 매년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을 이끌고 이곳에서 오페라.콘서트 무대에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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