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개혁으로 나설때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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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여당이 서두르고 있는 재산파동의 마무리 작업은 아무래도 뒷맛이 찜찜하다. 자진공개 형식으로 이뤄진 이번 재산공개가 공직사회와 정계의 도덕성을 높이고 보다 엄격한 자기관리를 기하게 하는 등 여러가지 좋은 효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지만 기준과 원칙 없는 공개,사후처리 기준의 모호성 등 허다한 문제를 남긴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물의를 일으킨 사람들에 대한 징계가 객관적 기준 없이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처리되는 인상을 줌으로써 당사자들의 불복을 초래하고 상당수 면책자 또는 경징계를 받은 사람들에 대해 여론이 납득하기 어렵게 된 것은 유감스럽다. 가령 징계가 말썽난 재산의 규모를 기준으로 삼은 것인지,재산형성 과정의 「죄질」을 중시하는건지 모호하고,금융자산을 비공개로 하다 보니 부동산 소유자만 당한다는 말도 듣게 되었다.
우리는 건국이래 처음 해보는 재산공개인만큼 시작부터 완벽하고 뒷말이 없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을 계기로 미비하고 불공평한 요소를 보완하고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제도적·법적 개혁을 서둘러 단행하는 것이 절실해졌다고 본다.
먼저 여야·정부가 다 인정하다시피 재산공개가 법에 의해 이뤄져야겠다는 점이다. 공직자윤리법을 빨리 고쳐 재산공개의 대상·범위·기준 등을 정하고,실사·검증규정 및 고의적 누락·축소·허위공개 등에 따른 처벌규정을 둬야한다. 그래야 이번처럼 사람마다 평가액이 다르고 줄이고 속이는 따위의 일이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이번에 정치인들의 치부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지만,돈 많이 드는 선거를 그대로 두고 정치인들의 치부를 막기는 힘들 것이다. 따라서 재산공개를 통한 깨끗한 정치의 구현을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혁과 정치자금법 등의 개정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또 세제의 보완과 세정개혁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이번에 보면 아직도 세망을 피한 교묘한 투기가 다량 발견됐고,이를 법에 따라 규제·과세할 세정의 난맥도 여지없이 노출됐다. 실명제의 단계적 도입을 위시해 부동산 관련 세법을 현실화·보강하는 작업과 세정의 쇄신이 시급하다.
아울러 공직과 치부간의 연결고리를 끊는 작업도 있어야 한다. 공직을 이용해 정보를 빼내고 인­허가·입찰에서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는 따위의 수법을 이번 재산공개에서 수 없이 감지할 수 있었다. 업무와 관련된 정보로 치부하고 뇌물을 받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필요하고 내부자거래 금지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재산공개 파동이 몇몇 의원이 옷을 벗거나 탈당하고 몇몇 공직자가 사퇴·좌천당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신정권출범에 따른 일과성 파동이 되지 않도록 할 제도개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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