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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CoverStory] 촛불 주위에 유령 수십 명이 아른아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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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한국전쟁에서 양민 수백 명이 학살당했다는 동굴에 갔다. 인근 마을에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찍었고 이 동굴에선 요즘도 사람 뼈가 나온다고 한다. 한낮인데도 으슬으슬 한기가 느껴졌다. 같이 간 사람들과 위령제를 지낸 뒤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사진을 보니 촛불 주변에 사람 얼굴 수십 개가 둥둥 떠 있는 것 아닌가. 나중에 알고 보니 촛불에는 혼령을 끌어들이는 습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한 흉가에 갔을 때 일이다. 여성 참가자 한 명이 어느 방에서 나오더니 울음을 터뜨리며 풀썩 쓰러졌다. 다리에 귀신이 들린 모양이었다. 여러 명이 함께 일으키려 해도 몸이 땅바닥에 붙은 것처럼 도저히 일으킬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그 사람을 질질 끌면서 나왔다. 다리 부분만 축 늘어져 마치 인형을 끌고 나오는 것 같았다.
일산의 모 방송국 건물에서 아기 귀신이 나온다는 말을 들었다. 적외선 측정기 등을 들고 저녁 10시쯤 그곳을 찾았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방구석에서 6살 정도 되는 남자애가 나를 보고 있었다. 형체가 선명치 않고 뿌옇게 보였다. 무서워서 곁눈질만 했다. 조금 지나고 보니 형체가 스르르 없어졌다.

귀신 들린 여성을 제령(귀신을 쫓아내는 의식)할 때였다. 그 여성이 평소와 다른 굵은 목소리를 내며 욕도 하고 반말도 했다. “같이 저승으로 가겠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제령 의식을 주관한 사람이 자꾸 대화를 시도하자 그 여성이 “싫다”며 발버둥쳤다.나중에 잘 달래주자 “나는 떠나간다”며 눈물을 흘리더라. 얼마 뒤에 그 여성은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아는 형 집에서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어둠 속에서 자꾸 이상한 남자 모습이 보였다.

그 형이 귀신을 볼 줄 알기 때문에 각각 자신이 본 것을 그림으로 그렸다. 나는 눈이 튀어나오고 머리가 산발인 남자 모습을 그렸다. 나중에 형이 그린 것과 비교해보니 거의 똑같았다.
흉가 체험을 가서 집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었다. 모든 사진에서 참가자의 어깨 주변에 뿌연 연기 같은 것이 찍혔다. 우리는 카메라에 먼지가 낀 줄 알았다. 그런데 귀신 보는 사람들이 지역령(한 지역에 거주하는 귀신)이 찍힌 거라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귀신 쫓는 의식을 하고 다시 사진을 찍었다. 거짓말처럼 깨끗한 사진이 나왔다.

공포영화 본 뒤 신체변화 체험해보니

 

공포 영화를 보면 정말 시원해질까. 기자가 직접 실험에 나섰다. 지난 6일 서울 답십리동 ‘하늘 스포츠의학 클리닉’에서 공포영화 ‘디센트’를 보며 심박수·체온 변화 및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했다. 디센트는 6명의 여성이 동굴 속에서 지하 생명체의 공격을 받는다는 내용. 군데군데 잔인한 묘사와 관객이 깜짝 놀랄 만한 장면이 들어 있다. 영화 시작 전 심박수는 분당 65~70회로 정상 범위(60~80회)였다. 그런데 주인공이 괴물과 싸우는 장면이 나오자 심박수가 74까지 올라갔다. 체온은 영화 보기 전(36.9도)보다 0.5도 떨어졌다. 영화를 보는 중간에 목이 마르고 입술이 바짝바짝 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스트레스 검사 결과 영화를 본 뒤 교감신경지수가 영화보기 전보다 올라가 있었다.

 클리닉의 조성연 원장은 “사람이 공포를 느끼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교감신경은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고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만든다. 사람에 따라 목이 마르고 으슬으슬 추워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영화가 끝난 뒤 일시적으로 활발해졌던 교감 신경이 정상으로 되돌아가면 사람은 시원하고 편안한 느낌을 갖게 된다. 공포 영화를 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 원장은 “하지만 공포도 너무 자주 경험하면 신체 반응이 무뎌진다. 운동 등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글=홍주연 기자 <jdream@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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