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의 이해』스콜즈·라브킨 공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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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SF를 현대문학의 중요한 한 경향이라고 말한다면 아마도 많은 독자들은 의외라고 생각할 것이다. SF하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계몽적인 과학소설 정도이거나 조금 수준이 높아봐야 현실도피적인 황당무계한 모험담 정도로 치부해오던 터에 거기에 고상하게도 문학이란 명칭을 사용할수 있겠는가 하는 거부감조차 느끼는 독자도 있을 법 하다.
그러나 SF는 이미 우리일상속에 깊이 침투해 있다. 젊은이들을 열광시키는 할리우드영화와 컴퓨터게임을 유심히 살펴보면 SF에 대한기초적인 지식이 적어도 우리 시대의 문화상황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버팀돌이 된다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을수 없게 된다.
미국의 구조주의 문학이론가인 로버트 스콜즈와 에릭라브킨이 쓴 이 책은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SF이론서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할만하다. 1977년에 초판이 나온 이 책은 그때까지 SF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너무 저급한 장르로 생각했던 주류문학계 이론가들이 처음으로 진지한 접근을 시도한 책이어서 더욱 큰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역저다.
저자는 SF의 뿌리를 18세기 서구사회에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에서 찾고 있다. 산업혁명이후 과학과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자본주의적 삶을 일반화시켰고 이는 그때까지 대다수 사람들이 갖고있던 시간관에도 혁명적·변화를 초래했다. 미래를 단순히 현재의 계속으로 보는 종래의 신화적 시간관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게되고 이제 미래는 새로운 지식과 모험으로 충만한 열린 공간으로 다가서게 된다. 테크놀러지가 가져온 삶의 변화에 대한 찬미와 그 이면에 깔린 재앙에 대한 막연한 불안의 결합, 이것이 SF등장의 지적 배경이다. 이 책의 1부는 70년대까지 SF의 변화를 다루면서 TV·영화등 다른 매체에서의 SF수용도함께 서술하고 있다.
2부와 3부는 각각 SF와 과학지식의 관계, SF에서의 전형적인 형식과 주제를 탐구하고 있다. 새로운 문학적 자의식과 사회의식을 기치로 내걸고 등장한 60년대의「뉴웨이브 SF」이후 주류문학과「장르 SF」의 경계는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이 책에서도 지적하고 있다시피 토머스 핀천이나 존 바스등 새로운 미국작가들을 SF를 모르고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번역은 그다지 깔끔한 편이 못된다. 원서에있는 참고문헌 목록을 삭제해버린 것이나 역자후기가 없어 구체적으로 언제 발간된 책인지 확인 할수 없는 것 등은 번역의 의의를 적지않이 훼손시키고 있다. <평민사·3백9쪽·5천5백원>

<임재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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