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후보 스스로 신상명세 공개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들 간에 검증공방이 치열하다. 치열하다 못해 처참하고 지저분하기까지 하다. 상대 후보에 대해 하루가 멀다 하고 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심지어 근거 없는 흑색선전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명박 후보의 주민등록 등·초본 입수 경위에 대한 논란이 단적인 사례다. 이 후보 측은 본인의 동의 없이는 뗄 수 없는 서류를 박근혜 후보와 범여권의 김혁규 의원이 확보하게 된 ‘과정의 불법성’을 부각한다. 박 후보 측은 기초자료의 획득과정보다는 ‘의혹의 진위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도 판단하기 쉽지 않다. 불법적 수단을 통해 획득한 정보를 인정한다면 우리 사회는 불신과 혼란의 늪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다른 측면도 있다. 11월 말 대선 후보 공식등록 시점에 개인의 신상정보가 공개되기는 하지만, 투표일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제대로 검증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언론이 후보를 검증하려 해도 현행법하에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본인 허락 없이 주민등록 등·초본을 떼는 것조차 불법이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후보에 대한 검증이 불가능하다. 박근혜 후보가 자신의 신상명세 자료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한다. 범여권 후보들도 일제히 신상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물론 이런 움직임은 이 후보 측 주장대로 “난처한 상황을 빠져나가기 위한 물타기 수법”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정치적 의도와는 별개로 선관위에 예비후보로 등록할 때 또는 당 경선 출마선언 시점에 재산형성 과정과 국방·납세 등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신상명세 자료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대선 후보에게는 보호돼야 할 사생활은 없다”는 말이 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갖는 비중이 워낙 크기에 개인 신상 내용이라도 샅샅이 국민에게 공개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국민이 후보를 제대로 알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대선 후보로 나서겠다면 검증의 무대에 자진해서 올라가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