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나와 땅투기 특강좀하라”/PC통신에 빗발치는 분노한 민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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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나름대로 꽤 신경을 써서 줄이셨을텐데…/재산 희사한 할머니에 부끄럽지도 않나/75가구 박 의장에 “훌륭하십니다”비아냥
컴퓨터통신 가입자들 사이에 국회의원들의 양심을 개탄하는 「PC통신토론회」가 연일 열기를 더하고 있다.
민자당 국회의원 1백53명의 재산내용이 공개된 22일 이후 데이콤 「이야기 마당」에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재산형성과정·불성실신고 등에 「비분강개」하는 시민토론회가 하루 2백여차례 열린다.
시민들은 이 토론회에서 공무원·군인 등 관직을 거치거나 평생 정치인으로 살아온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대지·임야·논밭 등 수십만평의 땅과 여러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십중팔구 「투기의 열매」라고 비난의 소리를 높인다.
또 한국PC통신의 민자당 전용 홍보핫라인 「정치마당」에도 22일 오후부터 비슷한 내용의 전자우편이 민자당 PC통신 담당자 앞으로 나흘째 쇄도하고 있다.
이들 전자우편에는 의원들의 표리부동을 신랄히 꼬집는 「아아 민자당 의원님네들」,부정축재를 비아냥거리는 「돈 많은 것도 죄유」,신정부의 사정바람 앞에 몸조심하라는 「조심하시죠」등의 제목이 붙어있다.
「아아 민자당 의원님네들」을 보내온 홍모씨(29)는 『미래의 잘사는 한국 건설을 위해 국민은 참고 기다리며 좀더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요구하는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이곳저곳에 땅투기를 할 수 있는가』며 한탄했다.
고모씨(37)는 「돈 많은 것도 죄유」에서 『국회의원들은 재산이 많을 것이라고 익히 예상했지만 어떻게 그런 돈을 모았느냐가 국민들에게 설명돼야 한다』며 재산형성 과정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의원님들의 그 넓은 터에 도서관을 지어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꿈을 심어주시고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면 지금 당장 힘들고 어려워도 신한국 창조에 앞장서겠습니다』 국세청이 곧 세무조사를 벌일 예정이라며 「조심하시죠」를 전자우편으로 부친 정모씨(25)는 고생 끝에 모은 재산을 외아들에게 한푼도 주지않고 고아원에 내놓은 「장한 할머니」와 「투기꾼의원」을 비교하며 이같이 충고했다.
특히 부동산투기의 전형인 근저당설정을 통해 부동산 왕국을 이룩한 의원과 아들 명의로 연립주택 75가구를 세놓고 있는 의원을 겨냥한 「존경합니다 의원님들」「의원님들 국민의 소리를 듣고 있습니까」등은 허탈감에 빠진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존경합니다 의원님들」에서 K모씨(27)는 『나름대로 신경을 써 줄였을텐데…』라며 『자본주의 원리를 잘 터득한 국회의원들이 직접 「땅모으기 TV특강」을 할 계획은 없느냐』고 외쳤다.<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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