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록카페서 「청춘」발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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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마광수 교수의 소설 『가자 장미여관으로』가 화제를 불러 일으키면서 연세대앞의 평범한 여관이었던 장미여관은 한때 마광수섹스 도그마의 상징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장미여관은 또 마광수성해방론 몰락의 계기가 되었던 마교수의 구속 직전인 지난해 가을 갑자기 문을 닫아 새로운 얘기거리를 만들어 주었었다. 그러던 장미여관이 최근 그 자리에 새로 들어선 최신식 록카페「스페이스」가 젊은이들 사이에 명소(?)로 알려지면서 다시 한번 화제가 되고 있다.
「스페이스」는 기존의 록카페와 디스코 테크와는 다른 스타일의 업소로 이미 대학가에서는 입에서입으로 전해져 「놀기 좋은 곳」으로 소문난 곳. 이 곳을 즐겨 찾는 이들은 『장식과 영업방식이 신세대의 취향에 맞기 때문에 온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스페이스」의 영업방식을 뒤집어 보면 신세대의 놀이문화가 어느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스페이스」의 출입은 대략 30세이하로 제한된다. 서른살이 안돼도 곁으로 나이들어 보이면 『자리가 없다』고 해 돌려보낸다. 『어른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 자유분방한 분위기조성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스페이스」내부는 총4층으로 돼 있다. 2∼4층은 술마시고 춤추는 층으로 5백여석의 자리가 평일에도 꽉 찬다. 규모로 보면 나이트클럽이지만 무대없이 테이블 사이사이에서 춤추는 점은 록카페와 같다.
1층은 무료로 제공되는 커피 스탠드와 외국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로테이선 당구대가 한대 놓여 있는 휴게실. 기존의 록카페나 디스코 테크에서는 음악 때문에 대화가 불가능한 단점을 보완한 것이라고 업소측은 실명한다.
한마디로 「스페이스」는 록카페가 가진 또래들만의 폐쇄적인 공간의 자유로움과 나이트클럽이 제공하는 이성 선택의 폭넓음에다 새로운 만남에 필요한 대화장소로서의 커피스탠드와 당구대를 축소 결합한 형태에 가깝다.
현행법상 무대를 갖춘 나이트클럽은 무도유흥업소 허가를 내야한다. 그러나 무대가 없는 록카페는 세금이 훨씬 싼 일반유흥업소 허가로 영업이 가능하며 무대공간에 테이블을 놓을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이렇게 비용절감을 위해 만들어진 「테이블 사이에서 춤추기」와 같은 서구문화의 외형을 본뜬 영업방식이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더 세련된 놀이문화로 둔갑해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페이스」의 실제 놀이 분위기는 80년대의 종로 디스코테크와 별 차이가 없다. 테이블 사이에서 춤추는 것을 어색해하고, 모르는 남녀끼리 거리낍없이 블루스를 추는 성개방풍조는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우리 젊은이들의정서는 80년대와 다를 바없고 달라진 것은 놀이문화라는 소프트웨어가 아니었다.
결국「스페이스」는 저 만치 앞서가는 영업형태라는 하드웨어에 젊은이들이 꿈려가는 슬픈 공간에 불과했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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