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병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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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젊은이들이 모두 출근하고 학생들이 등교한 후 가정주부들이 집안청소에 들어가면 물어볼것도 없이 텔레비전은 오전 내내 노인들 차지가 된다. 즉 이 시간대의 채널선택권을 가진 시청자는 대개 출퇴근에 제한이 없거나 정년퇴임한 노인들이다.
최근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일본을 다녀 왔다. 희한하게도 일븐가정의 텔리비전시청률을 보면 확연치 차이가 난다. 어느 텔리비전의 아침 뉴스 캐스터는 발랄하고 농담이 풍부한 젊은 남녀가 맡고있었지만 오전9시 이후부터 몇시간은 달랐다. 사회를 보는 남녀 두사람 모두가 퇴임전후의 노인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이들은 청취자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다. 즉 문장표현력이나 말씨가 노인들의 이해에 걸맞게 간단하고 속도도 적당하며, 문화적 배경이 서로 비슷하고, 화면에 대한 이해도 역시 쉽게 해서 넓은 공감대를이룬다. 이들은 노인 인구의증가에 따른 은발산업의 지원과 의과대학의 노인병학에 대한 관심도 호소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노인학현황은 어떤가. 텔리비전 캐스터의 선정은 고사하고 노인병과를개설한 대학이 하나도 없으며, 노인병만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전문의 조차 없다. 오직 2개 대학만이 노인병학이란 강의를 하고 있으나 실습은 없다. 따라서 노인에게 생긴 병은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당뇨병·고혈압등을 전공하는 의사의진찰이나 치료를 받을 수 밖에 없다.
또한 노인의 사회복귀나 활용까지를 생각하는 균형된 노인복지 정책을 개발 수립하는 기관도 없다.
다행히 서울대 병원에서 노인인구 증가에 대비한 각종 의료정책과 의료시스팀의 구축·연구등을 담당하는「노인병학연구소」를 설립한다고 한다. 만시지탄은 있으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때」라는 점에서 조속히 추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대병원 제2진료부원장·병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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