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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살 깎아먹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지난해초까지 세계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럭키와 애경산업측은 제일제당이 비트라는 신제품으로 시장에 뛰어들고부터 엄청난 딜레마에 빠져있다.
제일제당의 덩치가 커서도 아니고 비트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한스푼과 울트라스파크(현재는 팍스) 의 판매가 부진해서도 아니다. 오히려 한스푼은 비트보다 한발 늦었음에도 「요만큼」이라는 뒤어난 팡고로 비트 못지않은 매츨액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마키팅용어로는 「카니벌리즘」 이라고 불리는 제살깎아먹기 현상 때문이다. 카니벌리즘이란 어떤 회사에서 내놓은 신제품이 새로운 소비자들을 만들어 내거나 경쟁회사제품을 꺾기는 커녕 신제품과 유사한 기존 자사제품의 매출만 파먹어 회사전체로는 매출규모가 변함이 없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경우를 말한다.
「고농축세제」「고밀도세제」의 장점을 내세우며 한스푼이나 팍스의 광고를 하면 할수록이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기는 하지만 이들이 새로운 소비자가 아니라 기존의 일반세제인 럭키 수퍼타이, 애경 스파크등 바로 자기회사제품을 사용하던 소비자라는 점이다.
실제로 이들 회사는 제일제당이 뛰어들기전 일반세제인수퍼타이와 스파크를 주축으로 럭키는 전체시장의 49%, 애경은 31%씩을 차지할 수 있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이같은 현상때문에 럭키는 한스푼과 수퍼타이등을 다 합해도 43%, 애경은 25%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때문에 기존제품과 비슷한 신제품을 내놓는 회사들은 이같은 제살깎아먹기 현상이 벌어질까봐 항상 고심인데 최근 등장한 노란색 피죤은 철저한 사전계획으로 이같은 현상을 최소화시키며 성공한 경우. 과거 파란피죤을 쓰던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그대로 쓰면서 노란피죤을 별도로 구입하거나 과거 이같은 섬유유연제를 사용하지 않던 소비자들을 이 시장에 새로 끌어들이는 걸과를 낳았고 회사전체매출도 큰 신장을 이루었다. <이효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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