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 파업 9일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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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연세의료원(세브란스 병원)의 파업이 8일째 계속되면서 입원실 가동률이 평소의 30% 이하로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임금을 많이 받는 노조가 장기 파업에 들어간 데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17일 세브란스 병원에 따르면 의사를 제외한 직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4740만원에 이른다. 병원 식당에서 일하는 조리원 중 정규직 80여 명의 평균 연봉은 4500만원이다. 최근 3년간 매년 8%이상 임금을 올려 왔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서울대병원을 포함한 14개 대형 병원의 임금을 근무연수.직종별로 세분화해 24개 부문으로 나눠 비교해도 세브란스 병원은 11개 부문에서 임금이 가장 많은 병원이었다. 나머지 분류에서도 모두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현재 이 병원 노조는 6% 임금 인상과 50만원의 위로금 지급,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총액 기준 2% 인상안을 제시했다. 세브란스 병원보다 임금을 덜 받는 병원의 노조가 소속된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7일 산별교섭에서 올해 임금을 4~5.3% 인상하되, 이 중 일부(1.3~1.8%)를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사용키로 하는 데 합의했다. 남궁기 연세의료원 홍보실장은 "2002년 대비 2006년 임금이 40% 올랐을 정도로 직원들에게 보상을 해 왔다"며 "임금 인상을 포함한 노조 요구를 모두 수용하면 연간 5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어떻게 이를 감당하겠느냐"고 말했다.

세브란스 병원 노조는 식당 조리원 연봉이 높은 것에 대해 30년 이상 근무해 호봉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24시간 가동되는 병원 특성상 시간외 근무가 많은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허원봉 노조 부위원장은 "임금 인상은 본질적인 요구사항이 아니다"며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격무에 시달리는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만 환자들에게도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서비스 개선을 위해 간호사를 확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등급(간호사 1인당 환자 수 2~2.5명)인 신촌세브란스 병원의 간호등급을 서울아산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처럼 1등급(간호사 1인당 환자 2명 미만)으로 올리자는 것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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