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후 뽑을 새 지도자는 과거 그만 보고 앞 보고 나가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다시 식민지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17일 오전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59회 제헌절 기념식. 임채정 국회의장에 이어 연단에 선 김인식(94.사진) 제헌국회의원동지회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대한민국의 출발이 남북한 단일 정부가 아니었다'고 '처음부터 잘못 끼운 단추'라고 하는 일부 이상주의자가 있지만 (건국) 당시로선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제헌의원'인 김 회장만이 후대에 해줄 수 있는 증언이었다. 1948년 대한민국 헌법을 제정 공포한 제헌국회는 의원 198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2004년 정준 의원이 90세로 세상을 뜬 뒤 이제 남은 제헌의원은 김 회장뿐이다.

심장질환 등 노환에 시달린다는 김 회장도 기념식 연단에서 힘겨워 보였다. 5분여 연설을 하면서 여러 차례 말을 끊고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그러나 사회 원로로서 "국가 지도자는 현실적 정치를 해야 한다"며 후배 정치인들에 대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상적이고 모험적인 지도자면 나라가 힘들어진다. 몇 달 뒤면 뽑을 새 지도자는 국민통합과 경제도약을 가능하게 할 사람이어야 한다. 또 역대 정권들의 공과를 모두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과거는 이제 그만 보고 앞을 보고 나가야 한다."

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