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사기 쉬워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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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다음달 9일 전국 대형 할인점.백화점 업체 20여 개가 동시에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한다고 미국 육류수출입협회가 16일 밝혔다.

협회 측은 "그동안 한국의 주요 유통업체들과 판매 일정을 조율해 왔다"며 "다음달 9일 공동으로 일제히 판매를 시작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의 미국산 쇠고기 동시 판매는 최근 터진 반대 시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미 육류수출입협회는 부정적 여론의 부담을 피하기 위해 주요 매장 50여 곳에서 시식회를 열고 대대적인 광고도 할 계획이다.

주요 유통업체들이 공동 판매를 앞두고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도 늘고 있다. 농림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는 4월 말 이후 모두 118건, 1497t이 수입됐다. 특히 6월 초부터 수입이 급증해 한 달 만에 81건 1200여t이 쏟아져 들어왔다. 미 육류수출입협회는 올해 말까지 미국산 쇠고기 4만5000t가량을 한국에 수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공동 판매 개시에 차질이 없도록 추가로 수입 물량을 주문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마트 측도 "충분한 물량 확보에 주력해 다음달 전국 106개 매장에서 동시 판매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수입 재개 직후 불어 닥친 미국산 쇠고기 열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다. 2003년 39만t이던 국내 쇠고기 소비량은 지난해 33만t으로 줄었다. 이 기간 1인당 쇠고기 연간 소비량도 8.1㎏에서 6.8㎏으로 감소했다. 농촌경제연구원 정민국 연구위원은 "값싼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서 쇠고기 시장이 당분간 더 커질 수 있다"며 "하지만 웰빙 열풍으로 육류 소비가 줄어들고 있어 2003년의 39만t 규모로 시장이 회복될지는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호주산 쇠고기는 가격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2003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금지되면서 국내 수입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호주산 쇠고기는 현재 미국산보다 25%가량 비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가 본격적으로 들어오면 가격 경쟁이 치열해져 호주산 쇠고기의 가격이 더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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