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 공기 썰렁해도/전쟁은 공연한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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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핵문제 싸고 북녘서 신경전/초병끼리 안부·농담 사라져/최전방 6백m 앞에서 바라본 북한/“무력남침”엄포방송도 하지만/부대이동 등 도발조짐은 없어
봄은 성큼 다가왔는데 바람결은 아직 차갑기만한 19일 오후 동부전선 최전방 뇌종부대의 감시초소.
영하 5도를 밑도는 체감온도 탓도 있겠지만 요즘 북쪽의 변화가 병사들을 긴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부대이동 등 이렇다할 도발징후는 나타나지 않은채 「긴장속의 평화」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북측과 불과 6백m가량 떨어진 이곳에서 관측되는 북측의 움직임은 몇가지 점에서 예전과는 달라졌다. 북측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선언 이후 그동안 중지했던 대남비방 방송을 재개했고 모든 감시초소를 나무로 위장하고 초병의 방한모도 철모로 바꾸었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대남방송은 김일성·김정일부자의 찬양일색이었으나 지난 1월부터는 『한미간 팀스피리트훈련은 핵공격훈련이며 핵사찰은 한국과 미국이 짜고 하는 짓』이라는 등 대남비방에 치중하고 있으며 방송시간도 12시간에서 15시간으로 3시간 늘렸다.
최근에는 또 붉은 청년근위대가 김정일최고사령관에게 『핵사찰과 팀스피리트훈련을 중지하지 않으면 신예무기와 핵무기를 이끌고 남으로 쳐내려가 격퇴시키겠다』는 내용의 맹세문을 보냈다는 대남방송이 청취돼 철책 근무장병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또 최근 3,4차례에 걸쳐 북방한계선 바로 위쪽에서 야간에 수십여개의 불꽃이 관측돼 이를 확인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감시초소에서 근무하는 석흥준병장(25)은 『전에는 핸드마이크로 「밥 먹었느냐,배고프지 않으냐」는 등 서로 안부도 묻고 농담도 했으나 요즘들어서는 북한병사들이 못들은체 굳어진 태도이며 대남비방만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같은 도발적인 태도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은 사뭇 유화적이다. 대북방송 자제는 물론 병사들에게 자극적인 말과 행동을 금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북측의 행동에 현혹되지 않도록 정신교육을 강화하는데 그치고 있다.
대대장 김현집중령(37)은 『병사 개개인이 우리 군의 국방력 우위와 이념의 우월성에 자신감을 갖고있기 때문에 특별한 교육을 시키지 않고 있다』며 『전쟁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지만 북한측의 오판으로 국지전이나 전면전이 발발할 경우 초전에 무찌를 수 있는 필승의 신념으로 24시간 경계근무에 임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육군 뇌종부대 최전방초소="홍창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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