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5백명 망월농 농성/김 대통령 광주방문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바리케이드 치고 “진상규명 없인 방문 못한다”/일부 유족·재야인사들 나와 학생설득·승강이
김영삼대통령의 광주시 망월동 5·18묘역 방문은 끝내 무산됐다.
전남대 조선대생 등이 중심이 된 남총련 소속 학생 5백여명은 18일 새벽부터 묘역 입구에서 『진상규명·책임자처벌 없이는 방문하지 못한다』며 진입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출입을 막았다. 이로써 민간출신인데다 그 자신 역시 희생자였었기에 기대를 모았던 김 대통령의 「현직 대통령 첫 5·18묘역 방문」은 불발되고 말았다.
김 대통령과 5·18 관련단체장,지방유명인사들의 간담회도 「분위기가 좋지않다」는 판단 때문에 취소돼 아쉬움을 남겼다.
○경찰 6백여명 배치
○…전남대·조선대 등 광주·전남지역 총학생회연합(남총련) 소속 대학생 5백여명은 18일 오전 4시20분부터 광주시 망월동 5·18묘역에서 김영삼대통령 5·18묘역 방문을 반대하며 농성을 벌였다.
이들중 1백여명은 신나·각목 등을 들고 묘역입구에 나무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차량진입을 통제했다. 학생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없이 광주문제를 해결하려는 김영삼 정권에 반대한다』며 이날 오전 「김영삼 망월동 방문 결사저지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경찰은 5개중대 6백여명의 병력을 묘역주변에 배치,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당초 김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20분쯤 광주공항에 도착,승용차편으로 5·18묘역에 방문할 예정이었다.
○5·18단체끼리 입씨름
○…이날 망월동 5·18묘역 입구 대학생들의 저지시위 현장에는 5·18유족회 등 일부 단체회원 50여명이 나와 『대통령의 5·18묘역 방문을 막는 것이 광주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학생들을 설득해 눈길.
이들은 김 대통령과의 대화를 위해 묘역방문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
그러나 「5·18부상자 청년동지회」등 또 다른 단체회원들은 『광주문제 해결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제시 없는 대통령의 방문에 반대한다』며 학생들의 입장에 동조해 찬성하는 측과 설전을 벌이기도.
○“무조건 반대는 안돼”
○…당초 이날 대통령과 함께 묘역을 방문할 예정이었던 「5·18기념사업추진위」회장 강신석목사,「5·18 광주민중항쟁연합」 정동연상임의장,오종렬광주시의원,전남대 송기숙·명노근교수 등 재야인사 2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쯤 대통령의 방문 취소소식이 전해지자 급히 달려와 『대통령을 만나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학생들과 거센 승강이를 벌이다 재야인사들만이 방문을 마쳤다.
○시공무원 등 아쉬워해
○…김영삼대통령의 망월동 5·18묘역 방문이 대학생들의 저지시위로 무산되자 광주시 공무원과 시민들은 매우 아쉬워하는 분위기.
시 관계자들은 『김 대통령의 망월동 방문은 5·18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의미하고 김 대통령이 제시할 광주문제 해결방안과 함께 전국민의 관심사항인데도 일부 학생들의 시위로 방문이 무산된 것은 유감』이라며 안타까워 하는 모습들.
○시청 구내식당서 오찬
○…묘역 방문에 이어 예정됐던 5·18 관련단체 및 시민대표들과 갖기로 했던 간담회도 취소돼 이 지역에서의 요구를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할 기회도 불발.
시 관계자는 『망월동의 대학생 시위가 간담회의 분위기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어 청와대측에서 이를 취소한 것 같다』고 설명.
이에따라 김 대통령 일행은 당초 일정을 일부 변경,오전 10시30분 광주시에 들러 기관단체장들을 접견하고 업무보고를 청취한뒤 시청 구내식당에서 공무원·시민대표들과 함께 오찬.
○「삼엄한 경비」로 변경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순시 전날까지만 해도 과거에 비해 간소하고 자유로울 것으로 예상됐던 경호 및 경비가 이날 오전부터 갑자기 강화돼 삼엄한 분위기로 돌변.
시청주변과 대통령이 통과할 도로변에는 경찰병력이 추가배치 되고 곳곳에 소방차까지 대기시켜 대학생들의 기습시위 등에 대비. 시청주차장도 당초 민원인 등 일반차량의 출입은 통제하지 않기로 했다가 전면금지시키고 출입자들도 일일이 신원을 확인하기도.<광주=김현일·천창환·이해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