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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뇌사자의 장기기증은 흔히들 말하듯 두 번 죽음이 아니라 타인에게 새 생명을 주는 거룩한 일입니다. 지금 살아 숨쉬고 있는 제 몸이 그 증거입니다.』
지난해 8월 사고로 사망한 한 국군병사의 간을 서울중앙병원에서 이식 받아 죽음의 문턱에서 새 생명을 얻은 김재학씨 (45).
이식 당시 김씨는 89년부터 앓아온 간경변으로 열세번씩이나 토혈하고 열 다섯 번을 수술받은 끝에 이식수술 외에는 아무 방법도 없다는 절망적인 선고를 방은 상태였다.
기증장기가 없어 의학적으로 선고받은 시한부 삶의 시효기간을 1주일이나 넘기고 있을 때 바로 기증장기가 나타난 것이다.
이식을 받은 후 그는 단번에 삶과 건강을 되찾았다. 이식후 일정기간 담즙을 빼기 위해 달고 다니는 튜브를 이 달 말에 빼면 가벼운 등산도 다닐 수 있는 등 여느 일반인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건강한 생활을 누릴 수 있게됐다. 굳이 차이가 난다면 면역억제제를 평생토록 복용해야 한다는 정도.
그러나 장기이식으로 되찾은 그의 삶은 수술이전과 확연히 다르다. 수술직전 자신의 장기를 이식수술용으로 기증했고 시신도 의학실험용으로 내놓았다.
어려웠지만 그의 설득으로 가족들도 모두 기증에 동참했다. 성격마저 유순하게 변한 그는 신앙생활과 함께 장기기증 뭄둥이라는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발병 전 컴퓨터회사를 경영하던 그는 지금 한 컴퓨터회사에서 이사로 일하며 자신의 시간 중 3분의1이상은 장기기증운동에 쏟을 결심이다.
조만 간에 자신의 지식을 살려 자신에게 뇌사자 장기를 연결해준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와 전국병원의 대기자 명부를 연결, 기증자를 바로 이어주는 온라인망을 구축해줄 참이다.
병원을 돌며 중환자들을 격려하고 장기기증의 고귀함도 설파할 예정이다.
『장기기증은 타인에게 새 삶을 주는 일이고 불행한 죽음을 맞은 뇌사자의생명을 연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기기증을 허락해주신 기증자의 부모님들은 새로운 자식을 얻는 것입니다』.
불과 수개월 전까지 죽음을 눈앞에 뒀던 사람으로는 도저치 보이지 않는 깨끗한 피부와 혈색을 회복한 그에게서 장기기증운동의 확산이 필요하다는 강한 신념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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