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대입 본고사/암기·교과서 만으론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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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일선 교사들이 밝히는 대비책/다양한 독서로 논문훈련 국어/사전 들춰가며 원서학습 영어/문제풀게 한뒤 실수 교정 수학
수학능력시험은 물론이고 대학별 고사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공식이나 단어를 암기하거나 교과서와 이에 부속된 참고서에 매달리던 학력고사식 수험준비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 12일 서울대와 연세대가 밝힌 94학년도 본고사 출제방향에 대해 일선교사들은 「객관식 학력고사형 수업에 일대 쇼크」로 받아들이면서 수업방법을 종전 주입식에서 자율학습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주요 과목별 본고사 대비책을 알아본다.<연세대 모의출제유형 별지발행>
◇국어=K고교 박정백교사(52·국어)는 『폭넓은 읽기와 쓰기 훈련의 반복 외엔 대책이 따로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서울대와 연세대측은 「수험생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글」과 「고교교육 과정을 이수한 학생이 다룰 수 있는 인문·사회·자연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주제」가 출제대상이라고 밝히는 등 한마디로 일정한 범위와 유형이 없는만큼 종전과 같은 교과서 위주의 학습으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K고교측은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입문」등 문학·인문사회과학·자연과학서적 등을 망라한 학년별 권장도서 목록을 만들어 정규수업시간에 독후감 쓰기를 도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박 교사는 특히 『원고지를 이용한 4백∼1천2백자 가량의 논술시험에서 논리적 문장구성 및 전개를 채점포인트로 하는만큼 이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업시간에 신문의 사설을 복사해 교재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입시지도 교사들은 수험생들에게 『수필·소설·사설 등 다양한 글을 읽고 2백자 원고지 3장 정도로 논지를 논리적으로 요약하는 훈련을 쌓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수학=모든 문제가 주관식으로 출제되는데다 답은 물론 풀이과정까지 채점대상이 돼 근본적인 수업 및 학습방식의 변화가 필요하게 됐다.
한성과학고 이신우교사(41·수학)는 『공식을 줄줄 암기해 경우에 따라서는 제시된 답을 문제에 역대입해 정답을 도출하던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게됐다』며 『공식의 원리를 철저히 이해한 바탕 위에 한문제를 풀더라도 풀이과정의 논리적 전개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업도 종전 교사가 직접 공식을 제시하고 손수 문제풀이 하던 방식에서 제시된 문제를 학생들이 풀고 교사는 잘못을 지도하는 형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 교사는 『설령 문제는 잘푼다 해도 풀이과정에서 얼마나 논리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기술하느냐는 또 다른 과제』라며 『이를 제대로 지도해주기 위해서는 거의 객관식으로 치러져 왔던 월례시험을 앞으로 주관식으로 출제해 풀이과정상의 잘못을 일일이 지적해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어=반포고 박규덕교사(45·영어)는 『영어시험이 국어시험과 같은 유형이 됐다』고 표현하고 있다.
과거 단어·숙어·단문 위주에서 완전히 탈피,장문독해를 통한 글의 주제 및 요지파악·문단나누기·표현력 측정 등 마치 국어시험과 같은 형태가 됐다는 것이다.
박 교사는 『종전에는 속독위주였으나 이제는 독해와 영작문의 반복을 통해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만큼 수업방식도 이해 위주로의 변화가 불가피 하다』며 『학생들은 교과서 외에 쉬운 단편집 등을 골라 직접 사전을 들춰가며 주제를 파악하는 등 자기힘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2외국어=서울대와 연세대 공히 주관식을 30∼50% 출제하며 『출제지문을 교과서에 국한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는데다 『학력고사가 객관식 위주로 너무 쉽게 출제돼 제2외국어 교육의 수준이 저하됐다』는 지적도 있어 다소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러나 서울대의 경우 독일어·불어·중국어 등 과목간의 형평이 필요하고 연세대도 다른 선택과목과의 난이도 조정이 불가피해 기본교육 과정의 내용과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관식은 단답완성형·해석·문장변형 등으로 이뤄져있고 실생활에 필요한 회화도 제시될 예정이다.
◇과학=주관식의 비중이 서울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연세대의 경우 과목별로 40∼70% 가량 차지하며 대부분 사고능력과 탐구능력을 측정하는 문제로 출제될 예정이어서 암기가 아닌 이해와 응용력 배양이 첩경이라는 지적이다.
화학의 경우 실험관찰 능력을,지구과학은 지구환경에 대한 관심을,물리는 실제 물리현상 적용을,생물은 생명에 대한 이해를 주로 측정한다.<박종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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