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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450억 달러 중동 최대은행 '에미리트 NBD'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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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동의 무역.관광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두바이가 이번엔 국제 금융 허브로 거듭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자국의 대표적 두 은행을 과감히 합병해 자산 규모에서 중동 최대 은행을 설립한 것이다.

연 5000억 달러에 이르는 중동 산유국들의 오일달러를 흡수, 영국 최대 은행인 바클레이스에 맞먹는 세계적 금융사로 키우겠다는 것이 두바이의 야심이다. 오일달러가 흐르는 걸프 지역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면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라는 평가다.

아랍에미리트(UAE) 중앙은행은 12일 두바이 정부가 대주주인 '내셔널 뱅크 오브 두바이(NBD)'와 '에미리트 뱅크 인터내셔널(EBI)'의 합병을 최종 승인했다. 두 은행은 각각 1 대 0.95 비율의 주식 교환 방식으로 합병해 '에미리트 NBD'라는 초대형 금융사로 새로 태어났다. 에미리트 NBD의 자산 규모는 450억 달러(약 42조원)로 걸프 지역은 물론 중동 최대다. 시가총액은 현재 113억 달러(약 10조원)로 걸프 지역에서 다섯째다. 하지만 추가 주식공모가 예정된 데다 두바이의 경제 브랜드를 고려해 보면 시가총액도 머지않아 중동 최대가 될 전망이다.

합병 은행의 최대 주주는 NBD의 지분 14.25%와 EBI의 지분 76.62%를 가지고 있었던 두바이 정부다. 합병 후 56%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두바이 지도자 셰이크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은 "두바이의 대표적 은행의 합병으로 UAE가 이 지역에서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두바이의 위치가 세계적 수준의 금융 중심지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합병은행의 초대 회장으로 선임된 아마드 알타이르 EBI 전 회장은 "이 같은 은행 합병은 UAE뿐 아니라 걸프 지역에서는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알타이르 회장은 "에미리트 NBD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영국.미국은 물론 인도.이란.싱가포르에도 지점을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금융.투자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약 3000억 달러에 달하는 수십 개 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두바이는 자금 조달을 위해 5년여 전부터 금융산업에 관심을 가져 왔다. 2002년에는 동서양 시차를 고려해 주 7일 24시간 업무가 이뤄지는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의 문을 열었다. 이라크 전쟁 직후 유가가 급등하면서 금융사업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 2004년에는 파리의 개선문 형태를 모방한 DIFC 신청사를 지었다. 현재 모건스탠리.스탠다드차타드.메릴린치.씨티그룹.HSBC 등 200여 개가 넘는 세계적 금융회사가 지점을 개설해 더 이상 입주할 사무실이 없을 정도다. 그동안 중동의 금융 중심지였던 바레인을 한참 뒤로 밀어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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