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장학금 주는 명예교수|노후위해 저축해둔 1억원 기금내놔|3년동안 남몰래 60여명에 5,000여만원 지급|위암투병 10년|봉사하는 여생 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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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노교수의 남다른 제자사랑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해 중앙대를 정년 퇴직한 이상천 명예교수( ㈏·회계학과)로 지난 3년동안 생활이 어려운 제자 60여명에게 조용히 5천여만원의 장학금을 주어온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달가워 하지 않아 어렵게 만날 수 있었던 이교수는 백생의 제자사랑이 기사화되는 세상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 아니냐 고 반문했다.
지난 3일에도 대학 및 대학원생 7명, 고등학생 3명에게 9백10만원의 장학금을 준 이 교수는 30여년간 교직에 몸담으면서 노후대책으로「박봉」의 일부를 떼어 푼푼이 모아온 1억원을 이미 지난 89년 중앙대 회계학과에 장학기금으로 내놓았었다.
재단법인 청운연구장학회 이름으로 매년 주어지는 장학금은 이교수가 내놓은 기금을 각계의 제자들이 적절하게 운용해 마련한 수익금.
최근에는 이교수의 뜻에 호응한 이들 제자들이 정성을 모으기도해 기금이 1억2천만원으로 늘어났다.
「월급쟁이」이교수가 부부의 노후대책 비용으로 일생동안 저축해 온 돈을 장학기금으로 내놓게된 것은 평소의 남다른 제자사랑이 바탕이 됐다.
62년 중앙대에 출강을 하기 전 선린상고에서 6년간 야간학생들을 가르쳤던 그는 우수하면서도 집안형편이 어려워 뜻을 펴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자주 대하고는 늘 가슴아파했다.
그는 지난 79∼82년 중앙대 경영대학원장으로 재직시 1학년 전체수석을 하고도 집안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그만두고 고졸자로 은행에 입사한 제자에게 개인적으로 장학금을 줘 학업에 정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경험도 갖고 있다.
그가 자신의 재산을 장학기금으로 쾌히 투척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년 위암 말기환자로 위의 80%를 떼어내는 대수술을 받고 시한부인생을 선고받은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연이어 84년 담낭절제수술도 받는 악운에 시달려야 했는데 지난 10년동안 늘 죽음에 대한 공포와 고독감속에서 상상을 초월한 투병생활을 해왔다고 전했다.
당초 5년간만 살 수 있다는 선고를 받은 그는 기적적으로 88년 일단 그 시한을 넘겼고『덤으로 주어진 나머지 인생을 보다 겸허하게 봉사하는 자세로 살아야 겠다』는 결심에서 장학재단 설립을 서두르게 된것으로 보인다, 홀 분수에 맞게 살면서 교수직에 충실하려고 애써왔다는 그는 틈틈이 강의하면서 현재 선린상고시절 그를 따르던 제자가 운영하는 무역회사에서 감사로 일을 돌봐주고 있다.
그에게는 노후생활비를 장학금으로 내놓자는 뜻에 선뜻 동참한 부인 최옥자씨(62)와 2남2녀가 있다. <고혜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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