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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 추락 50대, 8일만에 구조

중앙일보

입력

과한 음주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특히 이런저런 명목으로 술자리가 늘어나는 연말과 연초에는 만취상태에서 웃지못할 헤프닝을 겪기도 한다.

지난 96년 오늘(1월7일). 평범한 50대 회사원이었던 趙모씨가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게 된 것도 송년회때 마신 술이 원인이었다.


趙모씨는 이날 실종된지 만 8일3시간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그가 발견된 곳은 서울의 한 하수구. 趙씨는 95년 12월 28일 회사동료들과 송년회를 갖고 만취한 상태에서 귀가하다 맨홀에 추락, 칠흑같은 어둠 탓으로 출구를 찾지 못한채 하수구를 정처없이 헤맸다. 그리고 96년 1월 6일 오전 1시쯤 인근 빌라 주민이 趙씨의 구조요청 소리를 듣고 119에 신고하면서 추락 195시간만인 구조됐다.

하수구에 갇힌 상태에서 趙씨는 눈녹은 물로 갈증을 달래고, 폐비닐로 얼굴과 두 발을 감싸 추위를 막았다. 또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쉴새없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지냈다고 한다. 포기하지 않기 위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당시 극적으로 구출됐던 젊은이들을 머리에 떠올리며 스스로 용기를 북돋우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당시 도심에 널려있는 맨홀의 허술한 관리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고, 趙씨의 생환을 통해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속담처럼 어떤 역경에 처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최선을 다하면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확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과한 음주가 자칫 사망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 또 명심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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