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한·미간 조율/공노명대표 미서 활발한 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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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다가온 특별사찰시한… 사태악화 걱정/“설득 계속”“초강경대처” 미묘한 입장차
북한의 핵개발을 둘러싸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 요구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사태의 극적 악화를 우려,한미 양국이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노명 남북핵통제위 한국측 대표는 워싱턴을 방문,미국의 국무부·국방부 및 백악관 관계자들을 만나 북한의 핵문제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로 이관될 경우에 대비한 대책을 논의했다.
IAEA는 지난달 25일 북한이 은폐하고 있는 핵폐기물 장소 2곳에 대한 특별사찰을 할 것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북한이 이 결의를 1개월이 되는 오는 25일까지 이행하지 않을 경우 IAEA는 이러한 위반사실을 유엔안보리와 사무총장에게 추가적인 절차없이 자동적으로 보고하게 되며 이러한 보고가 있게 될 경우 이 문제는 자연히 유엔안보리의 안건으로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앞으로 불과 2주일후면 북한의 핵문제가 국제문제의 초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한미양국은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안될 입장에 놓여있다.
특히 한국의 새정부가 출범하며 통일원·외무부 등 북한문제를 다루는 부서의 견해가 엇갈리게 보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새정부는 미국에 한국의 대북한 핵정책을 분명히 설명해 줄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노태우대통령시절 한국정부는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매우 낙관적인 입장을 취해와 강경입장을 갖고 있던 미국과 보이지 않는 마찰이 있어왔다.
결국 한국정부의 낙관적인 입장은 IAEA가 특별사찰을 요구할 정도로 북한에 의심을 품음으로써 미국과 같이 강경입장으로 돌아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김영삼대통령 정부가 출범하며 한완상 통일원장관이 이러한 강경자세에 이의를 걸고 나오면서 미국이 한국 새정부의 대북한 정책변화 여부에 대해 강한 의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한미간의 협의는 이러한 오해를 우선 불식하자는데도 그 목적이 있다.
한국정부는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북한과의 경제협력 등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수 없다』는 종전의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이번 협의의 핵심은 북한이 IAEA의 특별사찰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발생될 문제에 집중됐다.
이 점에서는 한국과 미국간에 미묘한 입장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개발을 멈추지 않을 경우 제3세계로의 핵확산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어떤 수단을 쓰든 막는 것이 미국의 국가이익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한국정부 역시 북한의 핵개발을 막는 것이 시급한 일이나 미국과 같이 초강경 입장으로만 나갈 수 없는 형편이다.
한국은 남북대화의 지속이라는 문제가 있고,이 문제로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을 희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태는 심상치 않게 번져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IAEA의 특별사찰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 문제는 유엔안보리로 넘어가게 되며 그렇게 될 경우 북한은 IAEA협정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북한은 『현재 반전쟁상태에 돌입했다』『남북관계는 대결의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가 안보리로 넘어갈 경우 남북한관계의 악화는 불을 보듯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남북한관계에서 전기를 마련해보고자 하는 김영삼대통령으로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 된다.
따라서 김영삼정부는 핵문제가 유엔안보리로 넘어가기 전에 가닥이 잡히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미국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위해 북한에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북한이 원하는 경협 등이 결코 성사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카드를 만들어보자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이 문제가 유엔안보리로 넘어가더라도 곧바로 제재조치로 들어가기보다는 점진적이고도 단계적인 조치를 취하기를 희망하고 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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