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끈한 이야기, 화끈한 반전-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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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호 14면

핌과 플로이는 몸이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 15살이 되던 해에 분리수술을 받지만 안타깝게도 수술 중에 플로이가 죽어버린다. 16년 후, 핌은 남편 위와 함께 고향에 돌아온다. 그날 밤부터 핌은 플로이의 유령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정신착란이 아닌가 의심도 하지만 위도 무언가를 보기 시작한다.

★★★☆ 감독 반종 피산타나쿤·팍품 웡품 출연 마샤 왓타나파니크·윗타야 와수크라이파이샨 러닝타임 90분

‘샴’의 주제는 간단하다. 샴쌍둥이는 분리·거절에 대한 불안을 말하기에 아주 적합한 소재다.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분리의 과정을 겪는다. 부모에게서 자립해야 하고, 가족이나 친구 집단에서 독립된 자아를 형성해야만 한다. 그런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고립된 자신을 견디지 못한다. 그 정도가 심해지면 과거로 퇴행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샴쌍둥이였던 핌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위를 사랑했기에 분리수술을 받자고 했던 핌은 플로이를 죽였다는 죄책감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오자마자 플로이의 귀신을 보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반쪽이자, 자신의 거울이었던 그녀를 다시 찾게 된 것이다.

공포영화 ‘셔터’를 만들었던 팍품 웡품과 SF감독 출신 반종 피산타나쿤이 함께 만든 태국산 공포영화 ‘샴’은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핌의 죄의식을 파고들어 가면서 계속 등장하는 유령은 다분히 관습적이지만 효과 하나는 분명하다. ‘샴’은 공포영화의 관습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고, 결코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 하나의 이야기만 끝까지 밀고 나간다. 그 덕에 막판의 반전도 화끈하게 충격을 던져주고 클라이맥스까지 한걸음에 달려간다. ‘샴’은 킬링타임용 공포영화를 원하는 관객에게 확실한 선택이다.

일단 앞뒤가 맞게 무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공포영화의 기본이다. 공포영화에서 공포보다 뭔가 메시지를 던지려고 허튼 수를 쓰는 한국 공포영화들은 ‘샴’에서 한 수 배워야 한다. 기본기가 없으면 메시지도, 아우라도 없는 법이다.
글 김봉석(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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