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걸림돌.. 어린이 스트레스|과외강요땐 자신감 상실 심해져|대화·간식·놀이기구로 풀어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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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초등 학생들도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어른들이 과외다 학원이다 하면서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것저것 자꾸 시키고 이에 따라 노는 시간이나 자는 시간이 줄어들 때 특히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성적이 떨어지고 선생님이나 부모들로부터 꾸지람을 들을 때도 스트레스가 쌓인다. 뿐만 아니라 이성문제로 고민하면서 어른들에게 꾸지람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무채씨가 최근 서울시내 6개교와 경기도가평군 1개교등 7개 초등 학교 6학년 남녀 학생 9백명을 대상으로 연구, 발표한「우리 나라 초등 학생의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에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초등 학생들은 자기시간이 줄어들 때 스트레스를 가장 심하게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심신단련·지능개발 등의 목적으로 여러 학원을 동시에 다니게 하는 것은 초등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를 유발,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성적하락시의 스트레스는 남자아이보다 여자아이들이 더욱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심리적으로 자아발견의 시기가 남자들보다 이른데다 시샘이 심하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이 남자들에 비해 적은 때문으로 분석됐다.
꾸지람을 들을 때 받는 스트레스는 단순히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상실로 이어져 웬만한 일에서도 스트레스를 남보다 심하게 받는 성격이 되기 쉬운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따라서 꾸지람 후에는 반드시 자신감을 살려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초등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을까.
김씨의 연구에 따르면 먹는 것과 놀이기구, 학교 및 가정생활의 즐거움, 부모와의 잦은 대화 등이 스트레스를 가장 결정적으로 줄여주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특히 전자오락 기구·인형등 놀이기구가 집에 만족할 만큼 갖춰져 있고 가정생활이 즐거울 때 스트레스는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충분히 자고 아침을 꼬박꼬박 먹으며 간식을 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크게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일본 학생들에 대한 조사결과와 일부차이를 보여 주목됐다. 일본 학생들은 학급모임이나 야구·수영등 스포츠클럽의 임원이 됐을 때 특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성적과 학원·과외 등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우리 학생들과 비교됐다.
스트레스 해소방법에서도 우리 나라의 경우 주로 먹는 것과 노는 것이 채택되고 있는데 비해 일본은 스포츠활동과 귀가 후 집안에서 부모와 노는 것 등이 꼽혀 대조를 보였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정근교수는『세계보건기구에서 제창하는 「적극적인 건강 만들기」차원에서 초등 학생들이 몸을 활발히 움직이고 활발한 교우관계를 가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교육과정에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체육활동과 클럽활동 등 스트레스를 풀어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학생들의 건강 증진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보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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