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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값 급반등 중 … 3분기엔 웃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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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3일의 금요일.' 이날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에 대한 증시 전문가들의 소감이다. 4월 13일 금요일에도 4년 만의 최악인 1분기 실적을 내놓았는데 꼭 석 달 만에 1분기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내놨다. 애널리스트들은 "예상한 수준"이라면서도 우리 산업과 증시의 버팀목인 삼성전자의 실적 회복이 언제쯤 가시화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실적 악화 때마다 거듭되지만 시황에 많이 좌우되는 사업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도체에 웃고 울고=삼성전자의 이번 실적은 2001년 4분기 미국 정보기술(IT) 거품 붕괴로 D램 값이 급락하면서 반도체 총괄 부문이 적자를 낸 이래로 가장 참담한 수치다. 1분기 플래시메모리 값이 폭락하더니 2분기에는 D램까지 동반 하락했다. 4월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세가 멈춰 2분기부터 반도체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던 삼성전자로서는 예측하지 못한 결과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췄다. 지난해 D램 분야에서 28%의 시장을 점유해 15년째 선두 자리를 지켰다. 낸드플래시는 시장의 45%를 차지했다.

문제는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이다. 최근 3년간의 호경기로 하이닉스.키몬다(독일).마이크론(미국).엘피다(일본) 등이 적극 투자에 나서 각각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했다.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도 도시바.하이닉스 등이 낮은 가격을 무기로 바짝 따라붙었다. 삼성전자의 기술은 경쟁사보다 1~2년 앞섰지만 워낙 제품 값이 급락하다보니 선 투자의 이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휴대전화.LCD는 호조=휴대전화는 명암이 교차했다. 2분기에 3740만 대를 팔아 분기별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신흥시장을 적극 공략하다 보니 평균판매단가(ASP)는 148달러로 떨어지고 영업이익이 1분기보다 41%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13%에서 8%로 낮아졌다. 증시에서는 이 회사가 프리미엄 전략을 포기하면서 ASP가 연말에는 120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한 삼성전자의 입장은 단호하다. 일단 점유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판매량이 늘수록 제조원가가 낮아지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노리겠다는 이야기다. 이 회사는 올 휴대전화 판매 목표를 1억3300만 대에서 1억5000만 대로 늘려 잡았다.

2분기에 가장 돋보인 분야는 액정디스플레이(LCD)였다. 영업이익이 1분기의 네 배로 늘고 이익률도 9%를 기록해 삼성전자 4대 사업부문 가운데 가장 높았다. 모니터용 패널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데다 40인치 이상 TV용 패널 가격 하락세가 멈췄기 때문이다.

◆시장 선도에서 시장 창조로=삼성전자가 최악의 성적을 발표했는데도 이날 주가는 4만1000원(6.35%)이나 올랐다. 주식 시황이 워낙 좋기도 하지만 하반기 실적 호전 가능성에 무게를 둔 시각이 반영됐다. 이문한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3분기는 9월 미국 새 학기 개학과 맞물리는 IT 제품 계절적 성수기"라며 실적 호전을 낙관했다.

실제로 D램과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은 이달 들어 20% 정도 올랐다. 이 가격대가 유지된다면 반도체 사업은 3분기 이후 25%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올리며 삼성전자 이익의 60%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3분기에 1조4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반도체나 LCD 같은 삼성전자의 주력 품목이 심한 가격 변동에 노출돼 있다는 게 문제다. 삼성전자는 프린터 사업 등 차세대 사업을 키우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도체도 아이팟에 이어 아이폰 같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한편 플렉스원낸드, 원D램 등 각종 퓨전 반도체를 육성하고 있다. 한발 앞선 연구개발과 투자로 시장을 선도하던 삼성전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아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겠다는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이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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