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직자상·공직자윤리: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미 상원인준 거쳐야 임명/일 각료 재산공개 관례화
미국은 공직자에게 한없이 불편한 나라다. 특히 고위공직자가 되려는 사람은 상원의 인준과정을 통해 자신의 모든 신상과 행적이 낱낱이 까발려지는 희생을 감수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중도하차하기도 한다. 반면 일본은 내각책임제로 총리가 의원중에서 각료를 임명하기 때문에 별도의 검증과정이 없으며 또한 재산공개를 명문화한 규정도 없어 한국과 비슷한 유형의 고위공직자 스캔들이 종종 발생한다.
◎미국/대접받는 점심 25불이하 규제
미국에서는 실명제가 실시되고 있어 개인의 재산과 소득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한국처럼 공직자의 재산공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직자들이 공직활동의 지침이 되는 윤리규정은 행정부·의회·사법부가 별도로 제정,운영하고 있다.
미 행정부의 경우 정부윤리국(OGE)이 있어 공직자의 윤리규정을 그때 그때 환경에 맞게 개정하곤 한다.
이 공직자윤리규정은 우리눈으로 본다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까다롭다. 87년에 개정된 윤리규정에는 공직자들은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외부인사와 간단한 점심도 할 수 없게 규정되어 있다.
또 공직자가 각종 외부회의 등에 참석해 받을 수 있는 대접은 간단한 음료와 다과,그리고 볼펜 등 10달러 이하로 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이 너무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 하여 91년 부시행정부 때는 외부인사와 25달러 이하의 점심은 할 수 있도록 완화했으며 선물규정도 약간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공직자의 경우 자신의 업무와 무관한 경우 강연·회의에 참석,강연료 등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을 고쳐 일체의 강연료를 받지 못하도록 금하고 있다. 공직자의 충원과정 역시 공개적이다.
미국은 3천여명의 고위직 자리가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 하므로 새정권이 들어서면 이 인원을 새로 충원해야 한다.
이러한 자리 가운데 행정부의 차관보급 이상 2백90명은 반드시 상원의 인준청문회를 거치게 되어 있다.
청문회를 거치기전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할 예정인 인사 명단을 30일전까지 연방수사국(FBI)에 보내 이들로 하여금 개인에 대한 시상파악을 시켜 공직자로서 흠이 있는가 여부를 판단하게 한다.
FBI는 임명예정자의 과거 병력·성장과정·취미·재산상태·결혼생활 등 사생활에서부터 친인척에 이르기까지 조사하며 조사에는 반드시 10여명 이상의 친구나 이웃주민 등의 인터뷰도 함께 곁들인다. 이러한 판단자료는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동시에 상원의 인준청문회에도 비밀리에 배포된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고위직의 경우 1차로 연방수사국에서,2차로는 인준청문회에서 자격여부가 걸러지기 때문에 자격이 없는 엉뚱한 인물이 고위직에 오르는 경우가 드물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일본/「금환」계기로 부패방지법 추진
일본은 내각책임제로 장관에 대한 국회인준청문회 같은 것이 없다.
다수당의 총재가 국회에서 투표에 의해 총리로 선출되고 장관은 총리가 국회의원중에서 임명한다.
물론 의원이 아닌 사람을 임명할 수도 있지만 극히 예가 드물다. 따라서 선거로 이미 유권자가 심판을 했으므로 다시 국회에서 자격여부를 심사할 필요성이 없다는 뜻에서 장관에 대한 인준청문회같은 제도는 두지 않고 있다. 또 특별히 법으로 정한 공직자 윤리규정 같은 것이 없다. 단지 사회통념과 여론 등이 공직자에 대한 감시자로 적격여부를 저울질할 뿐이다. 비위가 발견되면 여론의 질타에 못이겨 장관자리에서 물러나나 의원직은 선거민과의 약속이라는 취지에서 고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가 있다면 유권자가 판단한다는 것이다.
국회동의를 받아야 하는 공직이 있지만 미국식으로 인준청문회를 열지 않고 인준여부에 대한 동의만 받는다. 공안위원회 위원·공정거래위원장·인사원의 인사관 등은 국회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피고재판소장·검찰총장 등은 모두 내각의 제청으로 일왕이 임명한다.
재산공개를 명문화한 규정도 없다. 87년 리쿠르트사건이 일어나자 88년 다케시타 노보루(죽하등) 당시 총리가 내각의 합의로 각료들의 재산을 공개한 것이 효시다.
그후 각료의 재산공개는 관례화됐다. 각료는 취임시와 퇴임시 자신의 재산을 공개한다. 이전에는 록히드스캔들에 대한 반동으로 미키 다케오(삼목무부)총리가 자신의 재산을 공개한 적이 있으나 각료들이 이를 따르지 않아 흐지부지됐다.
국회의원의 경우 재산공개규정이 없고 자체적으로 실시하지도 않고 있다. 다만 정치자금규정법이 있어 정치자금수지를 매년 우리의 내무부에 해당하는 자치성에 보고하게 되어 있다.
이 법은 특정한 1개인으로부터 연간 1백50만엔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가네마루 신(금환신) 전 자민당부총재가 도쿄사가와 규빈(동경좌천급편) 스캔들과 관련해 문제가 됐던 것도 이 규정을 위반한 때문이다.
그러나 벌칙규정이 약해 그는 겨우 20만엔의 벌금형을 받는 선에서 사건이 종결됐다. 이번에 그가 구속된 것은 다른 자금과 관련된 탈세혐의다. 일본에서는 처벌규정이 미약하다는 뜻에서 이 법을 자루(소쿠리)법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소쿠리에서 물이 새듯 다 법망을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최근 이 법의 규정강화와 부패방지법 제정,위반자에 대한 공민권제한 등 정치개혁의 소리가 드높게 들려오고 있다. 가네마루 구속을 계기로 무언가 고단위의 처방을 하지 않으면 자민당이 가을 총선에서 고전할 것으로 보여 부패방지법이 제정될 가능성이 높다.<동경=이석구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