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부정부패 척결”/퇴임각료들의 「두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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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소외계층없이 다 잘사는 사회 만들 것” 박 전 보사/“수단중시풍조 개탄… 지도층 비리 엄벌” 박 전 법무/“준법정신 부족하면 지도자될 자격없어” 김 전시장
각종 비리사실이 밝혀져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신임각료들이 평소 자신들의 행동과는 달리 언론 기고문이나 공식회견 등을 통해 사회정의·부패척결을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져 허탈감을 더해주고 있다.
부동산투기·자녀의 편법 대학입학·그린벨트 훼손 등 스스로는 온갖 불법·편법을 저질러오면서도 사회지도자로서 국민여론의 길잡이 역할을 자임해온 이들 고위공직자들의 언행불일치와 이중성은 사회지도층에 대한 불신감 확대와 함께 심각한 가치관 혼란마저 야기하고 있는 실정.
『부정부패의 소지가 있다면 과감히 척결해 나가겠다』 『소외계층없이 다같이 잘사는 사회를 만들겠다.』
고액의 증여세를 물지 않기 위해 자녀명의로 수천평의 절내농지와 재건축아파트를 구입하는 등 부동산투기를 해온 것으로 드러난 박양실보사부장관의 취임인터뷰는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박 장관은 또 인터뷰에서 지난 1월 자신이 마약류 주사액 관리를 허술히 해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위반으로 경찰에 입건된 사실을 까맣게 잊은듯 마약문제 해결을 위한 국민들의 적극적 동참을 호소하는,아이러니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또 장관 임명직후 그전부터 준비해 왔던 아들의 뷔페식 호화결혼식을 부랴부랴 취소하고,몇개나 되던 골프회원권을 자신이 가입해 있던 친목단체에 넘겨주는 등 평소의 사치스런 생활을 위장하려는 해프닝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국적의 딸을 대학에 편법 입학시킨 박희태법무장관의 발언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는 취임후 소집한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회풍조가 만연되었다』면서 『소외계층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법의 보호를,사회지도층의 부조리에 대해서는 엄한 응징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그린벨트내 농지를 매입,무단으로 형질변경해 호화정원을 꾸미는 등 「불법」을 저지른 김상철 전 서울시장이 평소 주장해온 「준법」의 목소리는 준엄했다. 그는 지난 대선기간중 모일간지에 기고한 글에서 사전선거운동을 한 대통령후보들에게 『윗물이 법을 안지키는데 아랫물이 어찌 법을 존중하겠는가』 『그러고도 그 입으로 자기는 깨끗한 정치를 하고 있노라고 부르짖는다면 그야말로 도덕불감증에 걸린 병든 정객』이라며 호되게 꾸짖고 있다.
얼마뒤 같은 지면에서는 『법은 곧 사람이 더불어 사는데 필요한 규율과 질서이므로 민주사회의 지도자가 되어보겠다는 사람이 준법정신은 부족하다면 바로 이 점만으로도 벌써 자격미달』이라며 자신을 향한 것인지 남에 대한 것인지 모를 엉뚱한 충고를 하고 있다.
『구시대에 물들지 않은 인물만이 신한국건설에 매진할 수 있다』고 한 김 전 시장의 취임인터뷰에는 이제 오히려 살아남은 공직자들을 위한 충고가 돼버렸다.<유철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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