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쇠고기 판매 첫날…"싸고 맛있잖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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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요? 맛있기만 하던데요"

롯데마트가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는 첫날. 광우병, 뼛조각 등 부정적 이미지와 한우는 물론, 호주산 쇠고기보다 강력한 가격 경쟁력 사이에서 소비자들은 가격 경쟁력을 택했다.

롯데마트에서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개시한 13일 주부 김순임(62)씨는 상도동에서 영등포점까지 미국산 쇠고기를 사러 왔다. 김씨가 한우와 호주산 쇠고기를 제쳐두고 미국산을 택한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싼데다 맛까지 좋다는 것이다.

김씨와 김씨의 남편은 이날 아침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미국산 꽃갈비살 1kg을 구입해 지인을 찾아가 고기를 선물하고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점심 메뉴는 꽃갈비살. 김씨 등은 가격은 둘째 치고 고기 맛에 반해 식사 후 또 다시 고기를 구매하러 온 것이다.

"서울역점에 갔더니 시위대 때문에 고기를 안판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영등포까지 왔죠. 믿을 수 없을만큼 가격이 싼 데다가 맛은 한우에 못지 않아요"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미국 쇠고기 판매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던 같은 시각 영등포점에서는 미국산 쇠고기는 말 그대로 '불티나게' 팔렸다.

오전 10시 개점과 동시에 고객들은 정육 코너로 들이닥쳐 장사진을 이뤘다. 100g당 1550원씩 판매한 윗등심은 판매 개시 2시간만에 비축해놓은 100kg이 모두 팔렸고 100g당 1950원에 판매하던 꽃갈비살은 판매 3시간째인 오후 1시께 비축량 90kg의 절반이 팔려 나갔다. 남은 고기도 퇴근 시간이면 남지 않을 거라는 게 정육코너 담당자의 말이다.

소비자들의 관심은 예상보다 높았다. 13일부터 미국산 쇠고기가 판매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12일부터 확인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

롯데마트는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개시한 13일부터 18일까지 행사기간으로 정하고 그렇지 않아도 싼 고기값을 더 낮게 책정했다. 100g당 1950원 하던 꽃갈비살은 정상가가 5500원이다.

정상가를 기준으로 비슷한 등급의 한우와 비교해보면 2000원 이상 싸다. 호주산에 비하면 결코 싸지 않지만 소비자들에게 인기는 하늘과 땅 차이다. '가은우'라는 브랜드의 호주산 갈비살은 100g당 3050원에 팔린다. 행사를 할 때면 1950원에서 2050원에 내놓는데 100kg 물량이 다 팔리는 데 보통 1주일이 걸렸다고 한다.

양평동에 사는 주부 이윤희(39)씨는 미국 쇠고기 구매를 놓고 안전성 문제를 놓고 고민했었다. 그러나 정육 코너에서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씨는 "광우병이 걱정됐는데 이미 오래 전 일이고 OIE(국제수역사무국)에서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인정했다는 뉴스가 생각나 '별일이야 있겠나'라는 생각에 구매를 결정했어요"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이날 반응은 가격이 워낙 낮은데다 호주산보다 품질이 뛰어난 미국산 쇠고기를 4년만에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일시적으로 폭발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반응이다. 그러나 결국 재구매의 기준이 되는 맛과 가격에서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은 미국 쇠고기의 파상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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