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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동씨 「용팔이사건」 지시/이택희씨 진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사건직전 만나 전달 받았다”/내주초 관련자 소환… 사법처리/검찰
통일민주당 창당방해사건(일명 용팔이사건)은 전안기부장 장세동씨가 직접 개입한 안기부의 조직적인 정치공작이었음이 밝혀졌다.
서울지검 남부지청은 6일 이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이택돈·이택희 전의원이 87년 사건당시 전안기부장 장씨를 직접 만난 사실을 밝혀내고 장씨와 당시 안기부 간부들을 내주초 소환,조사해 개입 혐의가 확인되는대로 사법처리키로 했다.<관계기사 22면>
이같은 사실은 5일 오후 자진출두한 이택희 전의원과 구속중인 이택돈 전의원이 검찰 조사과정에서 심경 변화를 일으켜 『사건발생전 장씨를 만나 사건과 관련된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함에 따라 드러났다.
두 전의원은 지금까지 『이 사건은 신민당의 분당을 막으려는 일부 열성당원들의 자발적인 행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안기부 등 다른 배후는 없다』고 진술해 왔다.
검찰은 장씨의 사건개입 진술과 함께 두 전의원 및 전호청련총재 이승완씨(53) 등이 사용한 수표를 추적한 결과 사건당시 쓰였던 5억여원의 활동자금이 사건발생 1개월전인 87년 3월께 모증권회사 서울시내 지점에 설치됐던 수천억원의 안기부계좌에서 흘러나와 세탁과정을 거친뒤 두 전의원의 가명계좌로 입금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또 통일민주당 관악지구당 등 당시 창당방해사건이 일어났던 18개지구당에 동원된 폭력배들이 타고 다니던 버스마다 안기부직원들이 동승했던 사실도 새로 밝혀냈다.
검찰 관계자는 『증권회사 지점 계좌에 입금된 돈이 수천억원의 규모인 점으로 미뤄 안기부의 공작자금이며 이는 안기부장의 결재없이 사용될 수 없는 돈이므로 장씨의 개입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두 전의원이 사건전 장씨로부터 지시를 받았고 ▲안기부자금이 두 전의원의 가명계좌에 입금된 점 ▲사건현장에 안기부 관악지역 조정관 심중수씨가 목격됐고 ▲폭력배 동원버스에 안기부직원이 동승했던 점 등으로 미뤄 안기부가 이 사건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내주초 장씨를 비롯해 안기부 고위간부 2∼3명 등 안기부 관련자 10여명을 소환,사건 개입 여부를 조사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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