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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비공산당원 요직에 대거 발탁하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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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 정부가 비(非)공산당원의 행정부 내 핵심 요직 임명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능력이 있고 청렴하면 이념과 상관 없이 국가 경영에 참여할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이 1979년 개방을 위해 주창한 흑묘백묘(黑猫白猫: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잘살게 하는 제도가 최고라는 뜻)론을 인사제도에도 도입하겠다는 전략이다.

홍콩의 문회보(文匯報)는 12일 중국 공산당이 11월로 예정된 제17차 공산당대회를 전후해 능력 있고 참신한 비공산당원을 정부 내 핵심 요직에 대폭 등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공산당의 한 핵심 인사는 "앞으로 부장(장관)급 이상 고위 간부는 물론이고 지방 성의 성장과 시장.현(縣)장 등에도 비공산당원이 많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 인사는 "여성계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능력 있는 인사를 모두 선발해 국가 경영에 동참케 함으로써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주창하고 있는 조화사회 건설을 실천으로 옮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정부 고위 관료 임명 시 당과 행정부 등에서 능력 있는 인사를 추천토록 해 당 중앙의 승인을 받기로 했다.

이에 대해 공산당 중앙학교 당 건설부 쑹푸판(宋福范) 교수는 "비공산당원이 임명될 곳의 부서장은 의견을 낼 수 있지만 당락을 결정할 권한은 없을 것이다. 다만 부서장은 당 조직부에 자신의 의견을 전달해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공산당 집권 이후 50년 만에 처음으로 비공산당원인 완강(萬鋼) 상하이 퉁지(同濟)대학 총장을 과학기술부장에 임명했다. 또 지난달에는 가오창(高强) 위생부 부장 후임에 비공산당원인 과학원 천주(陳竺) 부원장을 임명했다. 국무원의 한 관계자는 "이들은 당 조직부가 사전에 선발하는 관례를 깨고 국무원의 직접적인 선택을 거쳐 중앙당 추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국은 50년대 비공산당원을 일부 부장으로 임명했지만 57년 마오쩌둥(毛澤東)이 민주인사와 지식인을 대상으로 '반(反)우파투쟁'을 전개한 후 핵심 요직에 비공산당원을 거의 중용하지 않았다.

또 2005년 공산당이 다른 정당과의 협력을 위해 '정치협상회의 건설 의견'을 발표한 뒤 비공산당원의 공직 임용을 추진해 왔으나 대부분 지방 현급 하위직에 그쳤으며 중앙 부처 부장 등 요직 임명은 5월에야 이뤄졌다.

한편 중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공개 추천을 거쳐 직선으로 지방 당 서기직에 오른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 무란(木蘭)진의 류강(劉剛)은 10일 실시된 지역 당 조직 내 평가에서도 97%의 압도적인 찬성을 받아 정식 취임했다. 중국 정부는 지방 정부 요직도 주민들과 당의 공개 추천을 통해 직선으로 뽑는 방식을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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