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첫 여성 응원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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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에 첫 여성 응원단장이 탄생했다. 창단 37년 만이다. 주인공은 간호학과 3학년 김나영(22)씨.

고려대 응원단은 지난달 단원 출신 졸업생과 재학생 단원들이 회의를 열어 金씨를 새 응원단장으로 뽑았다. 金씨는 올 1년간 고연전 등 각종 체육행사에서 단원과 함께 학생들의 응원을 이끈다.

남학생 중심의 분위기가 강했던 고려대에서 金씨가 응원단장으로 뽑히는 데는 졸업생들의 표가 결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金씨는 지난해 부단장으로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비롯, 각종 응원 현장에서 '화끈한' 몸동작으로 좌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발휘했다는 것.

지난해 9월의 연고전에서는 맨발로 응원에 나서기도 했다. 고려대 학생들이 응원을 열심히 하지 않는데 울분을 터뜨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생은 한방이다'를 좌우명으로 삼을 정도로 화통한 성격의 金씨가 고대생들의 미지근한 응원을 참지 못하고 맨발로 나섰던 것이다.

이에 감동을 받은 한 고려대생은 응원단 홈페이지 게시판에 "내년에도 응원단을 계속 하실거면 고대 최초의 여성단장이 되지 않을까"라며 金씨의 응원단장 탄생을 예감하기도 했다.

金씨가 응원단장이 되면서 고려대 응원방식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일단 고연전에선 남자 응원단장이 진홍빛 한복 두루마기를 걸치고 힘찬 몸짓으로 응원을 주도하던 모습은 보기 어렵게 됐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고려대 학생 전체를 배려하는 새로운 응원문화를 선도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金씨는 "첫 여성 응원단장이라는 점이 부담스럽지만 응원단 식구 모두가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주리라 믿어요. 역대 어느 응원단보다 뛰어난 활약을 기대하세요"라며 의지를 다졌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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