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달라져야 한다(문민시대 새교육:9·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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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포항공대의 경우/영글어 가는 「노벨상 산실」/예산 60% 재단서 전입… 우수교수·시설 갖춰/늦은밤 불켜진 교수연구실 학생들에게 귀감/“학생수 많아지면 질 저하”… 증원·증과 거부
포항공대에는 「노벨동산」이 있다.
본관옆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이 조그마한 둔덕에는 인류의 과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맥스웰·뉴턴·아인슈타인·에디슨 등 4명의 과학자 흉상이 있고 이 학교를 찾은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이 심은 나무 17그루가 자라고 있다.
이 동산에는 빈 흉상대 2개가 세워져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대학 출신이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어 노벨상을 수상할 경우 그의 흉상을 만들어 그 자리에 앉히겠다는 것이다.
빈 흉상대 주위를 지나다니는 학생들은 누구나 한번쯤 「내가 저자리에 앉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품어보게 마련이다. 그리고 나태해지려는 마음을 다시 한번 옥죄게 된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그 사람은 반드시 포항공대 출신일 것이라는 자부심과 신념을 학생들에게 심어주려는 대학측의 의도가 멋지게 맞아떨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7년만에 “명문”
포항공대는 재단과 교수·학생들의 합심 노력으로 7년이라는 짧은 연륜에도 불구,명문 사학으로의 기반을 굳힌 대학이다. 대부분 순수 과학쪽 10개 학과(전체 재학생 1천60명)에 불과한 미니 대학이며 도청 소재지도 아닌 지방도시에 위치하고 있는 등 특수한 사정이 있어 다른 일반 대학들에 견주기는 다소 무리일 수도 있으나 어쨌든 이 대학은 우리나라 대학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제시해주는 한 전형으로 꼽힐만 하다.
우선 재단 전입금이 많다. 지난해의 경우 재단 전입금이 전체 학교 운영비 3백66억원 가운데 60%가 넘는 2백21억원이었다. 재단 전입금 비율이 10% 이내인 다른 대학들과는 천지차이다. 학교 재정은 우선 수준높은 교수의 확보를 보장한다. 교수 1인당 대학생 수가 5.2명으로 우리나라대학 평균인 교수 1인당 28.8명과는 비교도 안된다. 이 대학 염영일교수(51·기계공학과)의 표현대로 학생들은 수업을 받는게 아니라 개인교습을 받고 있는 셈이다.
○“개인교습 느낌”
대학당국의 노력 또한 주목할만 하다.
포항 및 인근 지역 주민들이 최근 지역 학생들의 입학 문호를 넓혀야 한다며 인문계 학과 설치를 요구하고 있고 교육부도 증원·증과 신청을 할 경우 무조건 승낙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으나 대학측은 「학생 수가 많아지면 알찬 교육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를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다른 사립대학들이 등록금 수입 증대를 겨냥,증원에 혈안이 되어있는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대학측은 이밖에 우리나라 대학 가운데 최초로 교수평가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학생 전원에게 기숙사 생활을 강요(?),공부하는 분위기를 유도하는가 하면 강의실 복도에 교수와 학생들의 사진을 나란히 걸어놓는 등 사제의 일체감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취미서클 없어
학생들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서로 공부 경쟁이 붙어 한눈팔 겨를이 없다. 그래서 이 대학에는 학문 관련 서클 외에 일반 춰미서클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 대학생은 본연인 학업보다 그외 활동에 더 몰두해온 것과 비교할때 공부에 최우선 가치를 두는 이 대학 학생들의 태도는 돋보일 수 밖에 없다.
이 대학 선종효군(19·생명과학과 1)은 『치열한 경쟁이 짜증스럽기도 하지만 동료 학생방과 교수님 연구실에 밤늦도록 불이 켜있는 것을 보면 도저히 나태해질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 대학사회에서 더이상 이 대학이 「특수 케이스」로 치부되지 않는 날 문민시대 새교육이 완성될 것이다.<포항=홍권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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