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류 비주류 「김심」공방 아전인수/민주 당권경쟁과 DJ근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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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선때 묵계 불변” 영서 재확인 신주류/“철저한 무심” 언론인용해 반격 비주류/김대중씨 매일 교수와 토론… 일요일엔 미사 참석
민주당 당권경쟁의 최대변수인 「김심」(김대중씨의 의중)을 둘러싼 논쟁이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영국에 체류중인 김대중 전 대표를 최근 베를린까지 수행하고 돌아온 동교동 직계 최재승의원이 1일 『김심은 역시 이기택대표에 있다』고 적극 전파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김상현·정대철후보측은 즉각 성명을 내고 『김심을 아직까지도 이용하는 것은 선생(김대중)뿐 아니라 민주당까지 욕되게 하는 것』 『작년 민자당이 노심(노태우)을 이용해 제한경선했던 방식과 동일한 비민주적 경선』이라고 반박했다.
최 의원은 또 김영삼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했던 김대중씨의 근황 등을 소개했다.
○DJ직계서 확인
○…김대중씨 수행비서출신인 최 의원이 지난달 24일 영국으로 간 표면적인 이유는 『최근 독일에 외국인 테러가 극심해 베를린을 방문할 김 전 대표를 누군가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 의원의 영국방문은 케임브리지의 김대중씨와 서울의 이기택대표의 우려와 이해가 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최 의원의 방영 1주일전쯤 가진 동교동 가신그룹 회의는 김심이 대의원들에게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현실을 상당히 「우려」했다고 한다. 이들은 『김심은 중립이라는 김상현최고위원이 주장하는 왜곡된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입장정리를 했다.
그래서 권노갑·한화갑·김옥두·남궁진의원 등 「DJ직계」들은 최 의원을 영국에 보내 「김심」을 재확인키로 했다고 한다. 김 전 대표도 영국에서 민주당 당권경쟁이 우려할만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고 판단,최 의원을 불렀다는 얘기도 있다. 이 대표가 이런 사태진전을 크게 반겼음은 말할 것도 없다.
김씨가 『정치를 떠난 마당에 「김심」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베를린특파원 발신의 국내 언론보도는 김심이 중립이라는 비주류의 주장을 뒷받침하는듯 했다. 비주류측이 이를 활용해 반격에 나서자 남궁진의원이 팩시밀리로 기사를 송고,진위여부의 확인을 요청했다. 최 의원은 베를린 힐튼호텔에서 이 기사를 김 전 대표에게 보여주며 『선생님,대선기간중 국민들에게 말씀하신 것이나 관훈클럽에서 약속하신데 변함이 없으시죠』라고 물었다고 한다.
김 전 대표는 최 의원의 질문에 바로 고개를 서너차례 끄덕여 답했다는게 최 의원의 설명(김 전 대표는 대선당시 관훈토론회에서 이 대표에로의 당권이양을 시사했었다).
「정치개입 이미지 배제」와 「김심확인」의 상충되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고심해왔던 최 의원은 『오랜기간 김 전 대표를 모셔왔던 직감상 더 이상의 질문이 필요없이 김심을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비주류측은 김 전 대표가 이 대표를 지지한다면 단둘이 만난 자리에서 최 의원에게 말로 할 것이지 무엇때문에 고개나 끄덕이는 정도로 응했겠느냐고 반박,김심을 왜곡하지 말라고 반격하고 있다.
○건강·안정 되찾아
○…김대중 전 대표는 대통령 취임식날인 지난달 25일 베를린 대외경제연구원 세미나 참석후 한국음식점 「도원」에서 교포 40여명의 초청으로 저녁모임을 가졌다. 김 전 대표는 식사전 측근들에게 『샴페인을 두병 주문하라』고 귀띔한뒤 『김영삼대통령 취임을 축하하고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건배하자』고 제안했다.
국내에서 「용공음해사과」문제로 야당이 취임식에 전원 불참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김씨는 「YS취임」을 담담히 축하했다는 것이다.
최 의원의 전언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영국체류 1개월을 넘기면서 건강은 물론 심리적으로도 완전히 안정을 되찾은 상태라는 것. 25일 베를린 방문중에는 구동독의 텔리비전 공장을 인수한 삼성텔리비전 공장에 근무하는 한 독일 여성근로자의 집을 찾아갔다. 그는 준비된 과자·케이크 등을 보고는 『이거 과시만 하는 것 아니냐. 먹어도 되는 거냐』는 등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케임브리지대에서의 생활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오전 5시50분에 일어나 맨손체조와 영국 도착직후 바로 구입해온 화초가꾸기로 시작. 특히 아침과 저녁에는 부근에 다수 서식하는 까마귀·참새·다람쥐 모이주기에 큰 취미를 붙였다고 최 의원이 전했다. 휴일에는 성당미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근교 드라이브를 즐기기도 한다는 것.
김 전 대표는 오전 10시쯤 미리 약속한 교수를 찾아 교습(Tutorial System)을 받고 특히 점심시간(구내식당)엔 매일 정치학·사회학 등 분야가 다른 교수들과 모임을 갖고 있으며 강의이외 시간에는 주로 독서와 도서관에서 자료수집·정리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또한 최 의원은 김 전 대표의 주문으로 이홍구·이상우·김학준공저 『한국 민주주의와 통일의 길』과 황성모저 『현장에서 본 독일의 통일과정』 등 서적을 가져 가기도 했다. 한편 국내 정치상황은 국내에서 신문·월간지를 우송해주는 사람들이 많아 늦기는 하지만 김 전 대표가 웬만큼 알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방학이 시작되는 15일께 브뤼셀을 방문해 「EC통합과정」을,스웨덴 등 북구를 방문해 「사회복지제도」를 살펴본뒤 5월중순 포르투갈 총리의 초청을 받아 공식방문할 예정. 귀국은 6월말,또는 7월초로 잡고 있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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