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수주못해도 한독관계 불변”/콜 방한앞둔 주한 독 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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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옛 동독지역 재건 한국기업 참여 관심/원하면 통일경험·자료 모두 제공할 것
『독일은 고속전철사업이 양국간의 상호기술협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응찰에서 탈락한다해도 섭섭함은 있겠지만 통일경험과 공산주의 경제체제의 재건 등 서로 공유할 분야가 많을 것입니다.』
디이터 지메스 주한 독일대사는 27일 헬무트 콜총리의 방한이 갖는 의미를 분단아픔을 딛고 라인강과 한강을 잇는 경제기적을 이뤘다는 동질감이라고 표현했다. 3월1일 독일총리로서는 역사상 처음인 콜총리의 방한을 맞아 지메스대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통독·유럽통합 등 국내외 문제가 산적한 시기에 아시아순방에 나선 콜총리가 특히 한국을 방문하는 배경은.
『독일로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세번째로 중요한 교역국이란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게다가 양국간의 우호관계가 1883년 조선­독일제국의 영사관계 개설이래 1백10여년이상 이어져 왔으며 독일은 한국이 통독과정의 경제적·정치적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통일을 이루기를 충심으로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으로서는 취임후 첫 외국정상과의 회담을 갖게 되는데 어떤 문제를 중점 논의할 것으로 보는가. 또 앞으로 김 정부와의 협력관계에서 이전 정부와 다른 점은.
『고속전철은 물론 구동독 재건에 따른 한국기업의 투자유치 등 경제문제가 중점이 될 것이다. 김 정부는 전임 노태우정부의 연속선상에서 봐야하므로 대한정책에 큰 변동은 없으리라 본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30년 민주투쟁은 독일에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어 그동안 양국관계 증진에 걸림돌이 돼왔던 인권문제는 일단 해소됐다.』
­한국의 경우 고속전철 수주와 관련,프랑스의 TGV와 경합을 벌이고 있는 독일 ICE에 대한 로비가 클 것으로 전망되는데.
『독일이 수주에 실패해도 「실망」외에 양국 관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이번 방문이 단순히 고속전철을 팔기 위한 고객관리 차원이 아니라 아시아 순방임을 강조하고 싶다.』
­콜총리가 구동독에 대한 투자유치를 촉구할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한국이 어떤 방법으로 동독재건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한국은 구동독에 투자함으로써 공산체제로 붕괴된 경제를 되살리는 방법을 배울 것이다.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 한반도 통일을 위한 장기적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한국의 숙련된 기술자와 자본이 있으면 모든 분야가 개방돼 있다. 또한 독일은 폴란드 등 동유럽으로 통하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문의 구실이 될 수도 있다.』
­독일이 한반도 통일에 어떤 형태로 기여할 수 있는가.
『한국이 필요할 경우 독일은 통일관련 자료를 모두 제공할 것이다. 특히 우리의 경우 전혀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통일을 맞이했으며 동독의 경제가 그토록 피폐해 있는지는 상상도 못했다. 우리의 시행착오를 한국은 통일과정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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