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복의 충고(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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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왕안석과 사마광 하면 모두 중국 송대를 대표하는 명재상이었다. 왕안석은 변화와 개혁을 부르짖은 정치가인데 비해 사마광은 무엇보다도 안정을 중요시한 정치가였다. 그래서 두사람은 정책은 물론 인재를 쓰는데도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었다.
한번은 사마광이 왕안석에게 힐문을 했다. 『그대는 개혁을 한다면서 소인을 발탁해 중요한 자리에 앉혔는데 그 이유를 알고싶소.』 왕안석이 대답했다. 『지금까지 관리란 자들이 적극적인 의욕을 보이지 않아 능력 본위로 인재를 등용한 거지요. 개혁이 궤도에 오르면 다시 경륜이 있는 관리로 바꿀 생각이오.』
그러자 사마광이 반론을 제기했다.
『그건 착각이오. 군자라면 권력에 집착하지도 않고 높은 자리를 엿보려하지도 않지만 소인은 지위나 권력을 한번 손에 잡으면 거기에 매달려 내놓지 않으려 합니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있을거요.』
물론 여기서 말하는 「소인」은 능력은 있지만 인격이 좀 떨어지는 사람이고,「군자」는 능력은 어쨌든 인격이 뛰어난 사람이다. 따라서 두사람의 논쟁은 능력과 인품,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느냐 하는 것인데,그것을 한마디로 단정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안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칙적인 면에서는 업무의 실적을 위해서는 왕안석의 말이 옳고,안전한 운영을 위해서는 사마광의 말이 옳다.
김영삼 문민정부의 새내각 명단이 발표되자 각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상당수가 의외의 새 인물로 채워진 새 각료들을 보는 국민의 시각은 대체로 개혁의지는 담겼지만 다소 불안감도 드는 「파격인사」라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래서 기대도 반,불안도 반이란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리고 그들은 「신한국」건설을 위한 대장정의 출발선상에 서있다. 그 출발점에 있는 공직자들에게 조선조의 실학자 안정복은 이런 충고를 했다.
『모든 일은 옳고 그른 것 두가지만 있을뿐이니 오직 두가지를 가려내 밝히면 된다.』 바로 「신한국」건설의 요체다.<손기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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