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찰 거부땐「이라크화」우려”/IAEA 「북한핵결의안」채택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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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안보리로 넘어가면 국제사회 큰 파장/공개여부 「정치결단」만 남은셈
앞으로 한달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결정적 기간이 될 전망이다.
오는 3월25일까지 한달이라는 기한내에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을 수용,영변의 미신고시설 두곳에 대한 특별사찰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북한 핵문제는 IAEA 손을 떠나 결국 유엔안보리 차원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IAEA 이사회에서 채택된 결의안에서 북한에 대해 특별사찰을 요청한 IAEA 사무총장의 조치를 이사국들이 전적으로 지지하고 나섬에 따라 북한은 국제사회 전체의 이름으로 특별사찰 수락을 요구받는 상황으로 몰리게 됐다. 더구나 그 수용시한까지 못박음에 따라 더 이상 북한은 기술적 문제를 이유로 질질 시간을 끄는 회피적 입장을 계속하기 어렵게 됐다. 바꿔 말해 북한으로서는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된 셈이다.
북한이 당초 신고한 내용과 사찰 결과간의 중대한 불일치는 기술적 차이나 착오 때문으로 IAEA와 북한 전문가들이 시간을 갖고 계속 논의하면 해소될 수 있다는게 북한측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따라서 북한에 한달이라는 유예기간을 준 것은 북한측 주장을 일부 수용,북한에 기술적 해명의 기회를 마지막으로 한번 더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해명을 위해서는 핵폐기물 저장시설로 추정되는 영변내 2개의 미신고 시설에 대한 사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긴급하다는 것이 이번 이사회에서 확인된 이사회의 총의였다. 다시 말해 북한이 특별사찰을 수용,문제의 두장소를 속시원히 개방하지 않는한 IAEA와 북한 기술자들이 아무리 만나서 협의해 봤자 의혹이 해소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달이라는 유예기간은 북한 최고지도층이 핵문제에 관한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적 여유를 제공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물론 대외적으로 북한은 문제의 두장소가 군사시설이라고 주장하면서 전쟁을 불사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사찰을 허용할 수 없다는 초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추가정보를 제공하는 등 불일치 해명을 위한 IAEA와의 대화는 계속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타협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있어 과연 앞으로 남은 한달동안 북한이 최종적으로 어떤 태도를 정하게 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IAEA측이 말하는 중대한 불일치는 한마디로 플루토늄의 추출량에 관한 불일치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북한이 신고한 것은 지난 90년 단 한차례 추출에서 나왔다는 90g이 전부다. 그러나 IAEA 사찰팀이 북한에서 가져온 플루토늄과 핵폐기물 샘플을 분석한 결과 동위원소 구성이 같지않은 여러 종류의 플루토늄이 발견됐고,IAEA는 이를 근거로 북한이 최소한 3차례 이상 플루토늄을 추출했으며 그 양도 신고한 것보다 훨씬 많아 원폭제조에 필요한 정도(한개 제조에 보통 7∼8㎏ 필요)를 이미 보유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까지 나오고 있다.
이 의혹은 북한이 갖고있는 모든 핵폐기물의 양을 측정하고 그 성분을 분석하면 정확하게 규명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AEA는 미국 첩보위성이 찍은 사진을 근거로 영변에 있는 2개의 미신고 시설을 핵폐기물 저장시설로 판단하고 이에 대한 특별사찰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북한이 핵안전협정을 체결,이미 여섯차례나 IAEA의 사찰까지 받아들인 마당에 단지 군사시설이라는 이유로 특별사찰을 거부하는 이유가 핵무기 개발사실을 은폐하기 위해선지,아니면 소기의 대외적 목적달성을 위한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선지는 알길이 없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북한이 끝내 특별사찰을 거부할 경우 북한 핵문제는 IAEA 차원을 떠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법적 강제력이 없는 IAEA로서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조치는 유엔안보리에 넘기는 것이고,그렇게 될 경우 북한 핵문제는 제2의 이라크문제로 비화돼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 국제사회 전체에 심각한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빈=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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