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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 『또순이』 눈물의 학사모/가톨릭대 졸업하는 박영혜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국민학교 중퇴후 독학으로 대학합격/가족 돌보며 가정부 생활로 학비마련/간호학과 졸업 「백의의 천사」 새삶
가정부생활로 가족을 돌보고 학자금을 마련해온 28세 또순이가 마침내 「눈물과 땀」으로 얼룩진 학사모를 쓰게됐다.
26일 가톨릭대 간호학과를 졸업,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백의의 천사」로 새삶을 시작하게된 박영혜씨(서울 흑석동)의 인생 역정은 부정입학이 판을 치는 세태와 대조를 이루는 감동의 사연이다.
박씨는 77년 겨울 부산에서 작은 철공소를 경영하던 아버지가 고혈압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국교 5년을 끝으로 학교공부를 마쳐야 했다.
이후 어머니·언니·세동생과 함께 생면부지의 서울에 올라와 행상 등으로 어렵게 살아온 박씨는 79년 14세때 어머니가 고혈압으로 몸져눕자 가족을 돌보기 위해 가정부생활을 시작했다.
『병상에 누운 어머니,어린 동생들을 돌보아야 했던 나에게 공부는 사치나 다름없었지만 매일 학교에 가는 주인집 아이들이 너무 부러웠어요.』
어느날 집안일을 하다 주인집 아이의 국교 교과서를 우연히 펼쳐든 박씨는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때부터 잠자는 시간도 줄여가며 독학에 몰두해 82년 국졸 검정고시·85년 중졸검정고시에 차례로 합격했다.
87년에는 주인집의 도움으로 야간검정고시학원에 다니게돼 반년만에 고졸검정고시에서 경기지역 수석을 차지했다.
이어 89년 가톨릭대 간호학과에 당당히 합격,「결코 손에 잡힐 것같지 않던 꿈」을 현실로 바꾸어 놓았고 3학년 2학기 교내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전까지 가정부일을 계속하며 「또순이 대학생」 생활을 해왔다.
박씨는 학교공부와 가정부생활을 병행하는 중에도 학창시절내내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들을 곁에서 보살피는 「호스피스」로 활동하는 한편 3학년 2학기부터 1년간은 주말마다 「가톨릭학생회진료단」에 참여,서울 봉천동 달동네에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간호하는 등 적극적인 봉사활동도 해왔다.<이상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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