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경제 전망'은 왜 자주 틀리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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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틴틴 여러분, '경제 전망'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지요. 앞으로 경제 상황이 어떻게 될지를 예측하는 것을 경제 전망이라고 합니다. 올해 경제가 몇 % 성장한다거나, 물가는 몇 % 오를 거라든가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도 있고,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전망도 있습니다. 이런 경제 전망은 그냥 예측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우선 정부는 이런 경제 전망을 토대로 경제정책을 짭니다. 경제가 나쁠 것으로 전망되면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세금을 깎아주거나 금리를 내리는 정책을 사용합니다. 경제가 지나치게 좋으면 반대의 정책을 쓰지요.

기업들은 경제 전망에 기초해 사업계획을 짭니다. 경제가 좋지 않아 사람들이 돈을 많이 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 생산과 투자도 줄입니다.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데 물건을 만들면 창고에 물건만 쌓일테니까요.

일반 국민도 경제 전망에 민감하기는 한가지입니다. 경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 규모가 큰 지출을 늦추게 마련이고,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보이면 미뤄뒀던 지출을 계획하게 되지요. 경제가 어려우면 소득이 조금 밖에 늘지 않거나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토록 중요한 경제 전망이 매번 적중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 경제 전망은 틀리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내로라하는 경제전문가들이 경제 전망을 하는 데도 말입니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02년 말에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각 연구기관들은 경제 전망을 하면서 2003년도 우리 경제가 적어도 5%는 너끈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지요. 그러나 실제로는 지난해 내내 우리 경제는 아주 어려웠습니다. 3%를 달성하기도 어려울 정도였지요.

세계 최고의 경제전문가들이 수두룩한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곳에서 하는 전망도 틀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경제 전망이 틀리지 않을 수만 있다면 노벨경제학상 감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을 정도랍니다.

그렇다면 경제 전망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 틀리는 걸까요. 국민소득을 예로 들어봅시다. 국민소득을 예측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정식은 Y(국민소득)=C(소비)+투자(I)+정부지출(G)+수출(X)-수입(M)입니다. C, I, G, X, M등을 추정하면 Y를 전망할 수 있게 되지요. 전문가들은 과거의 실적을 고려하고 앞으로 C, I, G, X, M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될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해 추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추정은 말 그대로 추정일 뿐 현실과 어긋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아무리 실력 있는 경제전문가라도 사람들의 속마음을 정확히 읽어낼 수 없습니다. 소비를 볼까요. 지난해의 경우 전문가들은 일반 국민이 소비를 늘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일년내내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카드 사용한도가 축소된 데다 가계의 빚이 많아져 소비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지요. 수출을 생각해 봅시다. 전문가들은 수출시장인 외국의 경제형편.환율 등을 따져 수출을 전망합니다. 그런데 외국 경제가 예상보다 나빠져 우리나라 제품 수입을 줄이게 되면 수출 전망치는 실제와 크게 달라집니다.

게다가 현실에선 전혀 예상 못한 일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합니다. 지진이나 태풍 같은 천재지변이나 테러.전쟁 같은 경우도 예측하기 힘듭니다. 지난해 한국 경제는 유독 이런 돌발 변수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지난해 1월 초 북한의 갑작스러운 핵확산 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이 한 사례입니다. 그 바람에 한반도 전체에 핵위기가 찾아왔고, 기업들이나 외국투자자들은 불안감으로 투자를 망설이게 됐습니다.

지난해 3월 이라크 전쟁도 국내 경제에 큰 시름을 안겨줬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불안감 때문에 경제가 얼어붙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이라크전은 국제 석유가격을 치솟게 만들어 세계 경제를 휘청거리게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라크전이 터지자마자 석유가격이 크게 올랐고, 물가가 치솟았지요. 최근 온 세계를 다시 공포에 떨게 만드는 광우병은 또 어떻습니까. 느닷없는 광우병 파동으로 쇠고기 소비가 줄고 쇠고기 산업, 음식점까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결국 이래저래 경제 전망은 틀리게 돼있는 셈이지요. 그렇다고 경제 전망을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정부든 기업이든 국민이든 각종 계획을 세우려면 경제 전망이라는 잣대가 필요하니까요.

올해도 국내 연구기관들은 우리 경제가 지난해보다 5%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번에는 얼마나 맞을지 틴틴 여러분과 함께 지켜보기로 해요.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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