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무력진압 … 50여 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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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0일 파키스탄 정부군 장갑차가 이슬람 근본주의를 신봉하는 무장 세력이 점거한 '랄 마스지드(붉은 사원)'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새벽 4시 사원을 습격한 정부군은 4시간에 걸친 교전 끝에 무장세력 50여 명을 사살했다.[이슬라마바드 AP=연합뉴스]

파키스탄 정부군이 10일 이슬라마바드 '랄 마스지드(붉은 사원)'를 점거하고 있는 이슬람 급진 무장세력에 대한 진압에 나서 최소 58명이 사망하고 28명이 다쳤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진압 작전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7일 "투항하지 않으면 모두 사살하겠다"고 압박한 뒤 사흘 만에 이뤄졌다.

탈레반 성향에 이슬람 원리주의를 주장하는 붉은 사원 점거 무장세력은 3일 경찰과 총격전을 벌인 이후 8일 째 정부군과 대치 중이었다.

◆대치 8일만에 급습=오전 4시 사원을 습격한 정부군은 무장세력과 4시간에 걸쳐 교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장세력은 로켓포와 수류탄 등을 사용해 저항했지만 정부군은 사원 1층을 점거하고 51명의 무장세력을 생포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사원은 화염에 휩싸였고 폭발이 잇따랐으며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도 끊이지 않았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파키스탄 군 대변인인 와히드 아르샤드 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군은 사원의 절반 이상을 장악했다"며 "무장세력 50명과 정부군 8명이 총격전에서 숨졌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또 "작전은 아직 진행 중이며 투항하지 않는 모든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원에는 학생과 성직자 등 300~400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상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점거 지도자도 숨져=작전은 9일 최후 협상이 결렬된 직후 이뤄졌다. 정부 측은 초드리 슈자트 후사인 전 총리를 내세워 확성기와 휴대전화로 9시간 동안 무장세력과 협상을 벌였다. 후사인 전 총리는 "인질로 잡힌 150여 명의 여성과 어린이를 당장 풀어주라"며 "투항하지 않으면 다른 선택이 없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에 대해 무장세력의 지도자인 압둘 라시드 가지는 사면을 요구하며 "사원에 있는 사람들은 인질이 아니다. 투항하느니 모두 함께 순교하겠다"고 항전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압둘 가지는 얼마 뒤 정부군과의 교전 과정에서 숨졌다고 파키스탄 내무부 대변인이 밝혔다.

붉은 사원 소속의 이슬람 원리주의 학생들은 미국의 대 테러전쟁에 협조하는 정부에 반발하며 6개월 동안 이슬람법에 따른 통치를 주장하는 캠페인을 벌여왔다. 이들은 성매매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중국인 7명을 납치했다가 풀어주기도 했다.

한편 통신은 파키스탄 북서쪽 아프가니스탄 국경지대에서는 붉은 사원 무장세력을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알카에다의 2인자인 알자와리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바주르 부족 2만 명이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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