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조차 눈치못챈 「철통보안」/차기총리­감사원장 인선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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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달초 낙점… 다른 인사엔 제의안해/YS가 직접 나서 이 감사원장 접촉
김영삼 차기대통령은 총리·감사원장 인선에서 무서우리만큼 「철통보안」 원칙을 지켰다. 핵심측근들도 무척 섭섭할 정도였다.
후문을 종합해 보면 김 차기대통령은 두 인물을 적어도 2월초께는 이미 결정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도 김 차기대통령은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보일까봐 꼭꼭 숨겼다. 박관용비서실장 내정자조차 22일 아침 상도동에 들어가기전 『모르겠다. 내 느낌엔 「윤관총리」가 아닌가 싶고 그렇게되면 대법관 두분이 중복되니까 감사원장에는 이회창씨 대신 김진우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어떻까 싶은데…』라고 말할 정도였다.
신임 수석비서관,당내정보통,김 차기대통령측근들은 한결같이 “진짜 누군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하는 표정이었다.
○행정능력 중시
○…「황인성총리」는 비교적 일찍 정해졌으며 이 과정에선 당유력인사의 천거가 부분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진다.
김종필대표는 지난 6일 시내 모호텔에서 김 차기대통령과 1시간반동안 독대하면서 황정책위의장을 총리로 적극 추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황씨는 73년 김종필국무총리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김 대표는 국민화합을 위해선 호남총리가 좋지만 단순히 「얼굴마담」형보다는 내각을 지휘할 수 있는 행정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지난주 중반 고위당직자회의가 끝난후 황 정책위의장과 오랜시간 밀담을 나누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어서 김 차기대통령은 김준엽 전고려대총장이나 호남출신의 윤관중앙선관위원장·홍남순변호사 등 다른 유력후보들에게는 직접적인 제안을 하지 않았다고 핵심측근이 전했다.
측근은 『김 차기대통령이 이들 유력 물망자들을 만난 적이 없다』고 귀띔했다.
김 전총장에게는 K의원·S 전장관 등 고대출신인사들이 접촉했었으나 「총리직제안전달」 수준까지는 아니고 의중탐색이었던 것 같다.
21일 김 전총장은 『관직에 나설 생각이 없다』,윤 선관위원장은 『인격을 걸고 얘기하건대 제안받은 적이 없다』는 말로 가능성을 부인했다.
민주계 핵심측근 김덕룡의원도 황 의장을 밀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출신인 김 의원은 「전북공감대」를 가지고 있고 야당시절부터 황 의장과 우호적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1월말에 굳혀
○…김 차기대통령은 「이회창 감사원장」 카드도 일찌감치 굳히고 있었다고 핵심측근은 전했다. 김 차기대통령은 1월말 시내 모호텔에서 이 대법관을 처음 만나 감사원장직을 제안했으며 이 대법관은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암묵적인 수락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후 김 차기대통령은 18일을 포함,세차례 더 이 대법관을 만나 감사원의 기강강화와 부정부패척결방안에 관해 심각한 논의를 가졌다고 한다. 핵심측근은 『이 대법관이 대법원장 1순위 후보이면서도 김 차기대통령의 부패척결의지에 깊은 인상을 받아 감사원장직에 각오를 나타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 대법관 중용은 김 차기대통령이 특별한 중개인없이 직접 추진한 것같다. 김 차기대통령은 야당총재시절부터 이 대법관의 성품에 대해 여러 얘기를 들었으며 이 대법관이 「형식적인」 선관위원장자리를 박차고 나온 대목을 아주 인상깊게 인식하고 있다」고 측근들은 설명했다.
철저보안으로 막판까지 정확한 정보가 나오지 않자 「김진우감사원장」설도 유력하게 퍼졌다. 고시 7회인 김 헌법재판소재판관은 김 차기대통령과 금녕김씨의 같은 문중으로 오래전부터 교분이 있으며 김 차기대통령이 통일민주당총재시절 민주당 추천케이스로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지명됐다.
김 차기대통령은 총리에 호남인사를 내정해 감사원장에는 출신지역 고려라는 부담이 없이 청렴·강직성을 제1의 기준으로 삼았으며 이 대법관이 가장 적임자였다고 핵심측근은 전했다. 김 차기대통령은 일요일인 21일 저녁 황 총리 내정자와 저녁식사를 같이하면서 26일 발표할 내각인선과 국정운영방향 등을 깊숙이 협의했다. 김 차기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이 마음속에 정해둔 장·차관명단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황 내정자의 의견을 들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황 내정자는 김 차기대통령의 보안성에 호흡을 맞추려 일부러 22일 오전 3시에 귀가,보도진을 피하기도 했다.
○…이경재공보수석은 이날 오전 9시 민자당사 기자실에서 발표하면서 특히 황 총리내정자가 군출신에다 3공이후 요직을 맡아왔던 경력과 관련,『군출신 등 과거의 어떤 경력이 중요한게 아니라 현재 임명권자가 문민대통령인 사실이 중요하다』고 설명. 그는 또 『총리와 마찬가지로 안기부장에 대해서도 일부 보도에서처럼 군출신을 꼭 배제한다는 원칙은 서있지 않다』고 강조하고 『그렇다고 군출신을 임명하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부연.
이 수석은 『지역구의원은 전국구의원과는 다르다』면서 『지역구의원을 총리에 내정한 것은 민의를 더욱 잘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므로 황 총리 내정자는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김진·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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