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토론방] 의제 : 본 의회는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것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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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이수현(서울 종암중3)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것이냐, 마느냐의 문제는 오래 전부터 논란이 되어온 만큼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나는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것에 찬성한다. 이는 단순한 국방문제를 떠나서 외교, 그리고 남북의 자주적인 통일에 있어서도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여러 해 전 일어난 장갑차 사건부터 지금까지 주한미군들이 저지른 여러 차례의 성범죄 등 주한미군이 일으키는 여러 사회적 문제의 범죄자들은 SOFA 협정을 내세우며 당당하다. 이에 아무 대항을 하지 않는, 할 수 없는 우리는 미국의 눈치보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주한미군의 유지는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일방적인 대외관계를 부각시킨다.

 또한 주한미군이 있는 한 우리나라는 자주국방이 이루어질 수가 없다. 만일의 북한과의 전쟁에서 군 작전권을 가지고 있는 미군의 주도하에 우리는 미군의 지시대로 우리가 원치 않는 의존적인 통일을 해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은 우리 민족의 자주적인 통일을 방해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반대:김윤희(서울 종암중2)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

 첫째, 우리나라의 경제에 큰 혼란이 일어난다. 모든 시장경제는 안정적인 안보체제를 바탕으로 번성한다. 한국의 번영은 안정적인 동북아 안보체제 덕분이다. 미군이 철수하면 동북아 안정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둘째, 북한의 핵에 대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1993년부터 시작된 여러 의혹을 통해 현재 북한은 세계에서 9번째 핵보유 국가이다. 주한미군은 남한의 ‘핵우산’ 이며 이 우산이 걷어진다면 남한의 안전이 보장되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동북아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주한미군은 남한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북한, 북미, 남미관계의 중점에는 항상 주한미군이 있다. 하지만 주한미군은 타이완과 중국의 관계를 포함하여 더 나아가 동북아시아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수많은 분쟁들의 ‘유리막’ 역할을 해왔던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면 동북아의 미래는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훌륭한 안보전략가는 확률은 낮아도 위험이 큰 일이 발생하지 않게 대비해야 한다고 하였다.

총평

종암중은 2일부터 12일 사이에 열리고 있는 세계고등학생 토론 챔피언십 대회(WSDC)의 경기를 일부 개최하였으며 이번 주 토론마당에 참여한 학생들 역시 35개국에서 온 세계최강 토론자들의 모습을 목격할 기회를 가졌다. 이 학교는 여러 선생님들이 토의·토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수업에 적용하는 학교이다. 그런 경험을 한 학생들다운 제대로 된 토론의 모습을 이번 주 글에서 볼 수 있다.

 수현 학생은 논리적으로 잘 정리된 두 가지 논거를 사용했다. 개선할 점을 들자면 두 가지 모두 불확실한 전제하에 전개되는 내용이라는 점이다. 첫 번째는 미군과의 협정은 전혀 변경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 두 번째는 통일은 무력을 통해서만 이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논거를 전개할 때 적어도 전제, 곧 기반은 증명된 사실에 두는 것이 좋다. 윤희 학생의 경우 크게 보았을 때 경제 및 안보의 논거가 있다. 하지만 안보에 대한 논거를 내세울 때 ‘핵우산’과 ‘유리막’ 같은 개념은 간단히 언급만 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논거를 좀 더 줄여서라도 설명과 증거가 좀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글자수의 제한을 감안할 때 기본적인 토론과 논거의 틀을 잘 지키고 있으므로 좋은 글이다.

죠슈아 박 한국토론협회장·국가청소년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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