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모습 찾는 민주당의 개혁노력/노재현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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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의 몸부림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그 몸부림은 단말마를 동반한 국민당의 그것과는 사뭇 차원이 다르다. 대선후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김대중이라는 거목이 잘려나가면서 생긴 커다란 빈자리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게 민주당의 정서다. 그러나 정통야당의 뿌리가 건재하는 한 엄동에도 새싹은 돋게 마련.
「새싹」의 증거는 「김대중 이후」를 외치며 19일 출마선언을 한 세대표후보라는 「사람」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진통을 겪어가며 개혁이 진행된 「제도」에서 찾고싶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정당사상 처음으로 원내총무 경선제를 도입했다. 누구누구가 경선에 나서고 누가 당선될 것이라는 예측도 관심거리지만 제도도입 자체는 더욱 의미가 크다.
3월11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의 경비(9억6천만원)를 마련하는 문제에서도 민주당은 「홀로서기」를 시도했고 어느정도 성공했다. 지난해 전당대회(8억원 소요)에서는 대통령후보(김대중씨)가 경비조달을 도맡다시피 했었다. 이번 대회경비를 염출하기 위해 민주당은 대표출마자 각 1억5천만원,최고위원 출마자는 3천만원씩을 공탁금으로 내도록 했으나 「허리가 휜다」는 당사자들의 아우성이 터져나왔다. 그래서 19일 오전 2시까지 타워호텔에서 갑론을박 끝에 대표 1억원,최고위원 2천만원씩으로 낙착됐다. 최고위원 출마예상자가 12명이니 이렇게 해도 5억4천만원이라는 거금이 생긴다. 국회의원·일반당원들이 보태는 돈을 합치면 7억원이 돼 『대회경비를 처음으로 우리 힘으로 마련했다』는 자긍심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당헌 개정과정에서는 다음 전당대회부터 여성당원만의 경선을 통해 최고위원중 1명을 여성에게 할당하기로 결정됐다. 당무위원회·인사위원회같은 중요기관에 20% 이상의 여성을 포함시키도록 「노력」한다는 규정도 박아넣었다. 물론 김대중씨 없이 진행된 일련의 회의과정은 적지않게 시끄러웠다. 그 요란함이 「중구난방」에 그칠지 「백화제방」의 당내 민주주의를 과시하게 될지는 어디까지나 민주당 자신의 손에 달렸다. 대표후보들이 적지않은 액수가 담긴 「봉투」를 자파 지구당위원장들에게 돌린일 같은 것은 채 벗겨내지 못한 「구야의 구습」으로 돌리고 싶다. 개혁을 향한 첫 걸음들이 그만큼 신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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