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 물갈이” 큰폭 예상/청와대 인수인계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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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취임식까지 「10시간 공백」 문제 협의
김영삼 차기대통령이 차기대통령비서실장·수석비서관 등을 임명함에 따라 18일부터 청와대업무 인계·인수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이번의 청와대 업무 인계·인수는 「김영삼정권」이 그 성립과정·성격 등에서 과거의 정권과는 확연히 달라 예전의 업무이양작업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즉 4→5공때는 청와대 일도 잘 모르는 군사정권이 갑자기 들이닥친 격이었기 때문에 체계적인 인계·인수가 없었고,순수 동류집단내부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진 5→6공때는 딱히 작업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형식적인 업무이양이 있었다.
○…박관용비서실장 내정자는 18일 오후 청와대비서진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상견례를 겸한 첫 회의를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비서진들에게 청와대업무 일체를 신속히 파악,인계·인수에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박 비서실장 내정자는 정해창비서실장과,각 수석임명자는 현 청와대수석들과 이날중으로 만나 업무 인계·인수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계·인수작업의 핵심은 역시 인사. 「인사는 만사」라는게 지론인 김 차기대통령은 청와대가 문자 그대로 문민적 색깔을 띠기 위해서는 우선 인적자원을 새 사람으로 대폭 물갈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때문에 현재 33명인 1∼3급 비서관(정원 50명)과 85명의 4∼5급 행정관(정원)90명),주로 정부·공보·정책비서실에 근무하는 별정직(27명)은 대폭 바뀔 것 같다.
김 차기대통령은 특히 비서관·행정관중 정부 각 부처에서 파견된 사람들(60명)이 그동안 부처이기주의 타성에 빠지는 경향이 있었다는 지적에 따라 대폭 물갈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그 자리는 수석비서관처럼 민간 등에서 전문가로 충원하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비서관·행정관 가운데는 대통령후보 경선당시 김 차기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들도 적지않다. 정원사·요리사·운전사·청소원 등 기능직을 포함한 6급이하(2백14명)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을것 같다.
○…현 청와대팀은 김 차기대통령측이 생각하는 인사규모에 맞춰 자기들의 운명이 정해지게 돼있다. 청와대측은 지난해 6월부터 비서관·행정관 수를 정원을 밑돌게 줄여 왔으나 불과 1주일내에 새 자리를 찾아줄 수도 없어 모두 운명에 맡긴채 체념하고 있다.
인사문제는 동근의 5,6공 교체기에 인수·인계팀이 서로 자리를 주고 받으면서 자연스럽고도 서서히 사람을 바꿔 나간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번 청와대요원의 정리가 5,6공교체때와는 다른 차원에서 큰 잡음없이 이뤄질 경우 앞으로 여야간 정권교체때도 참고할만한 하나의 관행이 수립될 수 있을 것이다.
○…인사문제 말고 새 청와대팀과 현비서진 사이에 입장조율이 필요한 대목은 김 차기대통령 취임일인 25일 자정부터 취임식이 열리는 오전 10시까지의 공백을 메우는 문제. 이는 우리의 경우 미국과는 달리 통치권 인계·인수시점이 법으로 명문화 돼있지 않고 통상민법의 기산일 규정을 원용,통치권이양 시점을 새 대통령 취임일 자정으로 잡고 있는데서 생기는 문제다.
즉 취임일자정(25일 0시)부터 취임식 시작시간까지는 새 대통령이 실제로 청와대에서 집무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국가중대사가 생길 경우에 대비해 통치권의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 예산·재산·정책 등에 대한 인계·인수가 있을 예정이지만 그 어느 것도 문제될게 없다. 현재 청와대측은 금년 예산 1백90억원 가운데 딱 2개월분인 31억원정도를 쓴 것으로 알려졌으며 각 수석비서실은 정책 등에 대한 인계자료를 모두 만들어 놓은 상태다.
한편 노태우대통령과 김 차기대통령은 취임식이 열리기 직전 청와대에서 만나 30여분정도 담소를 나누며 구두로 대통령업무 인계·인수를 할 예정이다.<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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